상무에서 돌아온 예비역 정진호(27)가 독기 오른 모습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두산 외야는 좌익수 김현수-중견수 정수빈-우익수 민병헌으로 구성되어 있어 새로운 선수가 이 틈을 비집고 주전으로 도약하기는 어렵다. 백업 경쟁 역시 치열하다. 1군 엔트리 진입을 노리는 정진호의 경쟁자는 수년간 유망주로 꼽혔던 우타자 박건우, 1군 경험이 풍부한 좌타자 장민석 등이다.
지난 시즌 상무에서 83경기에 나서 타율 3할4푼1리, 64타점 33도루로 남부리그 타점왕에 오르기도 했던 정진호는 비록 퓨처스리그였지만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을 과시했다. 빠른 발은 전부터 주목받았던 만큼 타격 발전 여부가 1군행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상무에서의 2년과 지난해 전역 후 참가한 미야자키 마무리훈련, 올해 애리조나 전지훈련 등을 통해 정진호는 성장한 기량을 보였다. 2차 스프링캠프지인 미야자키 캠프에서도 정진호의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지난 20일 소프트뱅크 호크스 2군과의 경기에서는 2타수 1안타에 도루 1개를 곁들였다. 팀은 10-11로 졌지만 김현수와 교체되어 나선 정진호로서는 실전에서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한 셈이다.
이어 21일 열린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연습경기에서도 김현수 뒤에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8-7 승리에 기여했다. 애리조나 전지훈련에서 룸메이트이자 유신고 후배이기도 한 정수빈과도 활발히 소통하며 타격 폼 연구에 매진한 것이 서서히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도 받고 있다. 김 감독은 투타를 통틀어 팀의 예비역 중 돋보이는 선수가 있냐는 질문에 정진호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예비역 중) 정진호가 가장 좋다. 타석에 나가면 초구부터 달려든다.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휘둘러야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닌가”라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타격에 임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마음에 든 것이다.
정진호가 주전 경쟁을 펼치기 힘들 정도로 탄탄한 타선에 대한 걱정은 적다. “타선을 걱정하지는 않는다. 지난해와 크게 바뀐 것도 없다. 야수들은 오히려 백업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한 김 감독은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대신 정수빈을 2번으로 올리고 오재원을 6번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반면 군에서 제대한 투수들은 아직까지 김 감독의 마음을 확실하게 사로잡지는 못하고 있다. 진야곱은 실전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김 감독은 몸이 좋아져 기대를 모았던 조승수에 대해서는 “개막전부터 올 수 있다면 천군만마다. 경기 운영 능력은 검증된 투수다. 애리조나에서 공도 좋았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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