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콧대 높은 일본 야구의 자존심에도 도전하고 있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 21일 미야자키의 난고 구장에서 열린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경기 전 세이부의 다나베 노리오 감독과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 다나베 감독은 김 감독에게 조금은 기분 나쁠 수도 있는 제안을 했다.
김 감독은 “세이부 감독이 ‘누가 이기더라도 9회말까지 하자’고 하더라. 일본 팀은 한국 팀에 이겨야 본전이라는 생각이라 그랬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연습경기였기에 가능한 제안이었지만 당시 두산이 초 공격, 세이부가 말 공격을 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나베 감독의 말은 경우에 따라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이겨도 9회말 공격을 하겠다’고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에 들어간 두산은 9회말까지 잘 싸웠다. 초반 끌려가던 두산은 4회초 대거 7득점을 퍼부으며 8-7로 역전승했다. 다나베 감독이 말하지 않았어도 9회말까지 갔을 경기였다. 이 경기를 떠올린 김 감독은 “어쨌든 9회말까지 하긴 했다”며 웃었다.
한국야구와 일본야구의 차이는 아직 눈에 띄는 정도다. 우선 김 감독 생각에 타자들의 수준은 큰 차이가 없다. “일본 타자들이 정교하다고 하지만 한국에도 타격이 좋은 선수는 많다”며 김 감독은 방망이에 있어서는 차이가 크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투수력에는 다소 주목할 만한 차이가 있다. “(한국은 대부분) 선발투수 중 3명과 셋업맨, 마무리까지 5명을 제외하고 확실한 투수가 많은 팀이 적다”는 것이 김 감독의 의견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김 감독이 보기에도 전체적으로 투수들의 기량이 고르고 제구도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일본 팀들과 정면승부를 펼치며 한국에는 질 수 없다는 일본야구의 자존심에도 도전하고 있다. 두 번의 연습경기에서 투수들은 총 18실점으로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득점 역시 18점으로 방망이는 믿음직했다. 이제 투타의 조화로 남은 일정 동안 선전을 다짐하고 있는 두산이다.
두산은 이번 전지훈련 기간 중에 일본 팀과 3번의 연습경기를 더 갖는다. ‘2015 규슌(球春) 미야자키 베이스볼 게임스’ 대회에 참가하는 두산은 24일 오릭스 버팔로스, 25일 소프트뱅크 호크스, 26일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차례로 맞붙는다. 이후 일정은 연습경기 없이 휴식과 훈련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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