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대선배 김혜자의 존재감이 빛났다. 후배 배우들은 함께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고, 김혜자의 조언 하나하나가 극 중 연기에 도움이 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채시라는 23일 오후 2시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호텔에서 열린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 연출 유현기 한상우)의 제작발표회에서 "김혜자 선생님과 엄마와 딸로 마주쳐보고 싶은 갈망이 있었다"고 이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이번 작품의 캐릭터도 굉장히 좋았지만, 선생님과 엄마, 딸로 호흡을 맞출 기회가 와서 정말 해야겠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김혜자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김혜자는 극 중 일명 안국동 강선생으로 알려진 재야의 요리 선생 강순옥 역을 맡았다. 3대 모녀의 이야기를 그리는 이 작품에서 그는 2대인 두 딸 김현정과 김현숙의 어머니로 인생의 풍파를 겪었지만,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대차게 살아온 인물.
채시라는 강순옥의 둘째 딸 사고뭉치 김현숙 역을 맡았다. 열등감이 많은 김현숙은 솔직하고 순진한 성격. 딸은 자신과 다른 인생을 살게 하기 위해 교육에 열을 올리는 캐릭터다. 김현정 역을 맡은 도지원은 극 중 방송사 앵커이자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전형인 인물. 동생 김현숙과 정반대되는 캐릭터가 남다른 재미를 줄 전망이다.
김혜자의 온화한 존재감은 제작발표회 곳곳에서 빛났다. 보도자료를 두 손에 들고 무대에 선 그는 두 딸 역을 맡은 채시라, 도지원과의 호흡에 대해 “아직, 호흡은 맞춰가는 중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여기 채시라(김현숙) 씨를 보면 저렇게 좌충우돌하는 게 나한테 있다. 도지원(김현정) 씨를 보면서 반듯하고 그런 거 같지만 슬픔이 있을 거야 싶은 게 있다. 그런 게 다 나한테 있다. 그런 부분을 책으로 알아가며 모녀로 느낄 수 있다”고 캐릭터에 대해 이해한 바를 설명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김혜자가 약 2년 여 만에 출연한 드라마다. 그는 오랜만에 복귀작으로 이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신선하다. 굉장히 이 얘기가 흥미롭다. 3대가 나오지만 구태의연하지 않다”며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보통 사람들이다. 우리가 얼마나 여러 생각을 하느냐. 나쁜 생각도 하고, 그래도 나쁜 짓을 안 해서 이 정도로 살지만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작가가 아주 드라마를 신선하게 쓴다. 그런 점에서 김인경이라는 작가를 왜 몰랐을까? 주목해 봐야할 작가구나 느꼈다”고 작가의 필력을 칭찬하기도 했다.
김혜자는 “나만 잘하면 된다”며 평소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채시라는 여러 번 연습을 하자고 제안한 김혜자의 말에 따라 연습을 한 것이 자연스러운 장면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됐다며 “선생님이 연구를 엄청 하는 분이시더라. 오늘도 또 배우는구나,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선생님이다. 이 작품을 끝내면 24부다. (도지원)언니를 비롯해 선생님과 이 작품을 16부, 18부가 아닌 24부작으로 찍는다는 게 너무 좋고, 더 길게 가도 좋을 거 같다. 돈 주고 사서 배울 수 없는 대 선배, 선생님의 그런 걸 느낄 수 있을 거 같다. 얻어가는 게 많을 것 같다”고 기대감이 가득한 마음을 표현냈다.
김혜자에 대한 사랑은 젊은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하나는 선배 배우들과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 "내가 주눅이 안 드는 깡은 있더라. 그런데 사실은 그래서 힘 빼고 있는 스타일이긴 하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좀 사랑에 빠진 기분이다. (김혜자) 선생님하고"라고 말해 놀라움을 줬다.
이어 그는 "김혜자 선생님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여인이다. 아주 사사로운 얘기, '세트장 식당 괜찮았어?' 같은 일상적인 얘기를 하시는데도 큰 눈을 반짝이며 들어주신다. 눈이 오드리 헵번 같다. 아까 소 눈 같다고 말씀드려서 혼났는데 그게 나에게 최고의 찬사다. 소 눈이 슬프고도 아름답지 않나"고 말하며 엉뚱하지만 선배 배우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을 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채시라, 도지원, 이하나를 비롯해 내공과 결이 남다른 여배우 김혜자가 힘을 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가되는 작품이다. 과연 대선배의 혜안은 시청자들과도 통할 수 있을지 기대감을 모은다.
한편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뜨거운 피를 가진 3대 여자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그리는 작품으로 ‘메리 대구 공방전’, ‘적도의 남자’들을 집필한 김인영 작가와 ‘브레인’, ‘내 딸 서영이’ 등을 연출한 유현기 PD가 처음 손을 잡았다. 오는 25일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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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