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 '밀회'보다 대담하게 찌질하게 [첫방①]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5.02.24 07: 12

SBS 새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가 파격적인 이야기로 안방극장을 놀래켰다. 제작진의 전작 '밀회'와 닮아있지만, 그보다 대담하고 또 지질한 드라마가 바로 '풍문으로 들었소'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밀회'의 안판석 PD, 정성주 작가의 작품으로 방송 전부터 주목받았다. 파격적인 드라마였던 '밀회'가 일으킨 신드롬이 '풍문으로 들었소'로 이어질지가 관건. 그리고 첫 걸음을 디딘 '풍문으로 들었소'는 '밀회'보다 한층 파격적인 소재로 또 다시 파란을 일으켰다. 위험한 사랑을 그렸던 '밀회'에 이어, 이번엔 겉으론 화려하지만 속내는 지질하기 그지없는 상류층과 또 그 상류층에 들어가게 된 10대 임산부의 이야기다.
지난 23일 오후 방송된 '풍문으로 들었소'는 서봄(고아성 분)이 한인상(이준 분)의 집에 들어가기까지의 사연을 풀어냈다. 인상은 최상류층에서 계획적으로 길러진 아이다. 그의 부모 한정호(유준상 분)와 최연희(유호정 분)은 중매로 이어진 부부사이로, 이들 또한 서로의 집안과 조건을 보고 결혼했다. 두 사람은 아들 인상 또한 자신들처럼 살기를 바랐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인상의 아이를 가진 봄이다.

첫 회는 두 가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나는 그림 같은 삶을 사는 상류층이 사실은 지질한 이들인지를, 그리고 또 하나는 10대 고등학생의 임신이라는 파격 전개다.
최상류층 정호와 연희는 허세로 가득차있는 인물이다. 이성적이고 올곧은 척은 다 하지만 그 속내는 극히 세속적이다. 법무법인 대표인 정호는 정부의 인사까지 깊게 관여했는데, 총리 자리에 현재 소송 중인 인물을 내정하면서도 "참고인 진술한 게 다"라며 정당화했다. 또 다른 총리 후보에게는 슬쩍 법무법인의 명예직을 제시, 돈으로 해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법을 다루는 올곧은 사람이라 주장하는 이가 바로 정호다. 연희도 만만치않다. 연희는 인상의 출세를 위해 몰래 부적을 쓰고 치성을 드렸다. 무속인에게 이러한 일을 의뢰하면서도 "우리 집은 돈, 권력보다 지서을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결국은 무속인에게 인상의 돈과 권력을 빌도록 하면서. 그런 그가 친구들 앞에서는 "법리를 다루는 집안에서 어떻게 미신을 믿을 수가 있나. 천하게"라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정호와 연희가 얼마나 앞뒤가 다른 인물인지를 살짝 비튼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겉으론 교양과 지성을 찾지만 속으론 돈과 권력, 그들만의 위신을 중요시했다. 드라마가 블랙코미디를 지향하는 만큼,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실소를 유도했다. 이들 상류층이 사실은 얼마나 지질한 속내를 가지고 있는지를 강한 어조가 아닌 '슬며시' 지적하고 있는 것.
그런 가운데, 이들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 대목도 등장했다. 인상의 신부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부모가 장차관이라도 현직이 아니면 안된다"고 고집하던 이들에게 서봄의 등장은 가면을 벗기기 충분했다. 예고에서 연희가 분노하며 "네 까짓게 끼어들 곳이 아니"라고 외치던 모습은 항상 우아하게 웃기만 하던 연희의 본 모습이었다.
또한 이 드라마는 첫 회부터 10대 봄이의 임신을 제시하며 시선을 끌었다. '밀회' 만큼이나 파격적이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혼전 임신이 다뤄진 적은 있지만, 10대의 임신이 다뤄진 전례는 드물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고급스런 연출과 설정 속에 10대의 임신을 첫 회부터 그리며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대담한 시도다. 막장 드라마가 주류가 되는 요즘 드라마판에서도 10대의 임신은 놀라운 소재다. 거기다 10대의 베드신까지 등장했다. '밀회'로 시청자를 놀래킨 전적이 있는 제작진인만큼, '밀회'를 뛰어넘는 파격 전개가 돋보였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강렬했다. 병원에서 연애하고, 학교에서 연애하는, 그저 그런 드라마는 아님을 첫 회부터 보여줬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강렬함에 시청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냐는 것. 다소 어렵다는 평도 일부 제기된 가운데, '풍문으로 들었소'가 시청자들의 성원 속에 원하는 길을 걸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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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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