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리포트]김태형 솔직담백 리더십, 두산이 춤춘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2.24 06: 06

“자리 없으니 전력으로 던지라고 전해라”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투수는 온 힘을 다해 포수 미트에 공을 넣는다.
미국 애리조나를 거쳐 현재 일본 미야자키에서 두산의 전지훈련을 이끌고 있는 김 감독은 직설적인 화법과 꾸밈없는 모습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선수들은 어딘가 모르게 무섭다고 입을 모으지만, 유머러스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김 감독 아래로 모여들고 있다.

단적인 예가 얼마 전에 있었다. 한 젊은 투수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던 김 감독은 권명철 투수코치를 불러 한 마디를 건넸다. 그 선수에 대해 김 감독은 “평소에도 마운드 위에서 생각이 너무 많다. 본인이 가장 빠르게 던질 수 있는 것만 생각하라고 했다. 요즘 선수들은 너무 깊게 생각한다. 단순한 것도 좋다. 불펜에서 밸런스를 잡는다고 살살 던지기에 투수코치를 불러서 ‘(1군에) 자리 없으니 세게 던지라고 전달해라’라는 식으로 말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한 베테랑 투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선발은 꿈도 꾸지 말고 강하게 1이닝만 막아달라고 했다”며 베테랑 투수와 했던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비록 표현은 거칠지만 시즌 내내 불펜에서 힘이 되어 달라는 말의 다른 표현법이라고도 볼 수 있다.
김 감독에게는 선수를 다루는 원칙이 있다. 질책할 일이 있으면 담당 코치들을 통해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것도 오해 없이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아주 직설적으로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혼을 낼 때는 코치들을 통해서 하지만 가끔 위로해줄 일이 있으면 내가 직접 해준다”고 말할 정도로 기술적인 소통을 할 줄 안다.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평가를 듣는 것도 이러한 점들 때문이다.
지적할 일이 있으면 빙빙 돌리지 않고 확실히 한다. “대신 (선수들에게) 한 번 얘기하면 그걸로 끝이다. 그 뒤로는 아무것도 없다. 야구하는 모습만 본다. 코치들에게도 항상 말한다. 혹시 내가 코치들의 조언을 100번 거절하더라도 꼭 해야겠다 싶은 말이 있으면 어려워하지 말고 101번째 다가와서 다시 말해달라고 한다”는 김 감독이다.
사전에 신호도 준다. 혼을 낼 때 김 감독은 목소리가 작아진다. 그리고 선수 이름에 성을 붙이는 습관이 있다. 김 감독은 농담 삼아 “SK 배터리코치로 있을 때도 상호에게 (낮은 소리로) ‘정상호’라고 부르면 그 덩치 큰 놈이 긴장하는 것 같더라”며 웃기도 했다.
팀의 주전 중견수인 정수빈은 선수들이 생각하는 김 감독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정수빈은 지난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기간 중 “감독님만의 생각, 스타일, 야구철학이 확고하신 것 같다. 많이 말씀하시지는 않지만, 한마디에 의미와 포스(영향력)가 있어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친근하고 편하게 해주시는 등 여러 가지 매력을 가지신 것 같다”는 말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사령탑 송일수 감독의 경우 언어 장벽도 있었고,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과의 소통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1군 감독이 되기 전 퓨처스 팀 감독으로 1년을 지냈던 것이 두산에서 보낸 시간의 전부였기에 팀의 많은 부분을 파악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김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주장을 역임하면서 두산의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지냈던 인물이다. 게다가 지난 3년간은 SK에 몸담아 외부에서 두산을 객관적으로 지켜볼 시간도 있었다. 안팎에서 본 두산의 모습을 가장 잘 아는 이가 바로 김 감독이다. 선수 때부터 선후배들과 원만히 어울리고, 각종 행사에서 사회도 도맡았을 만큼 유쾌한 성격도 그의 소통 능력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성격을 지닌 김 감독이 부임하면서 두산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의 소통이 늘어나고 있다. 구성원이 하나가 되는 데 있어 대화와 소통은 큰 몫을 차지한다. 오해 없이 솔직하게, 하지만 때로는 상대가 상처받지 않도록 위로할 줄도 아는 ‘김태형 리더십’이 두산을 천천히 정상 궤도로 돌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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