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틀은 1차 전지훈련에서 잡았다. 실전 감각 배양과 미비점 보완을 위한 2차 전지훈련에서는 백업과 불펜을 비롯한 세부적인 부분을 메운다.
두산 베어스가 1군 엔트리 윤곽을 그려 나가고 있다. 애리조나를 거쳐 미야자키로 들어온 뒤 김태형 감독은 1군 엔트리 경쟁 구도와 더불어 이미 자리가 확정된 선수들 이야기를 속 시원히 털어놓았다.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은 일부 포지션 외 많은 부분의 구상은 마무리되고 있다.
타선은 지난해에 비해 달라진 것이 적다. 주전이 바뀐 것도 2명이 전부다. 상무에 입대한 3루수 이원석의 자리를 외국인 선수 잭 루츠가 메우고, 호르헤 칸투가 떠난 1루는 국내파들의 경쟁 속에 김재환이 오재일을 비롯한 경쟁자들에 비해 앞서 나가고 있다. 물론 1루수 경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이들이 구성할 라인업도 기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중심타선 앞뒤로 위치할 2번과 6번이다. 민병헌이 그대로 1번을 맡고 9번이던 정수빈이 2번으로 올라와 찬스를 클린업으로 연결한다. 2번이던 오재원은 6번에서 중심과 하위타선을 이어준다.
클린업도 외국인 타자가 4번에 배치된다는 점은 지난해와 동일하다. 김현수-잭 루츠-홍성흔이 타점을 쓸어 담기 위해 대기한다. 오재원을 거치면 양의지-김재환-김재호가 차례로 타석에 들어서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김 감독은 “일본에서 연습경기를 두 번 했는데, 거기서 나온 타순이 대체로 이번 시즌 타순이 될 것이다. 선수들에게도 말을 해뒀다”고 설명했다. 상황에 따라 다소 변형은 생기겠지만 기본 틀은 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현재 두산 타선은 위험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형태다. 루츠와 김재환 외엔 모두 지난해 주전으로 검증된 선수들이기 때문에 성적이 예상 불가능한 범위까지 크게 주저앉을 가능성은 적다. 김재환은 한 시즌에 90타수 이상을 소화한 경험이 없어 검증됐다 할 수 없지만, 8번 타순에 들어간다면 타순에 따른 부담도 적어 ‘공포의 8번’이 될 수 있다. 루츠만 건강하다면 두산은 충분히 희망을 가져도 될 공격력을 지녔다.
김 감독은 “야수는 오히려 백업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했다. 내야에서 최주환, 허경민은 비교적 입지가 탄탄하다. 김재환의 잠재력 폭발을 100% 확신할 수 없다면 오재일도 대기해야 한다. 외야는 퓨처스 남부리그 타점왕 출신인 정진호가 백업 쟁탈전에서 점수를 크게 땄다. 자리가 한정되어 있어 박건우, 장민석, 김진형은 분발이 요구된다.
마운드 얼개도 짜여있다. 순서는 불분명하지만 더스틴 니퍼트, 유네스키 마야, 장원준, 유희관이 선발진에 포함되는 것은 확실했다. 여기에 많은 궁금증을 낳았던 5선발과 마무리 주인공도 각각 이현승, 윤명준으로 잠정 결정됐다. 이외엔 2년간 활약한 오현택, 불펜의 젊은 피가 될 우완 김강률, 좌완 함덕주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둘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된 불펜 요원은 백전노장 이재우다. 이 셋은 경쟁자들에 비해 1군 엔트리 진입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나머지 자리를 놓고 여러 투수가 각축전을 벌인다. 연습경기에서 기회를 얻었거나 등판할 예정인 선수들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김 감독은 진야곱을 이현승이 선발로 나설 때 붙이는 카드로 쓰거나 롱릴리프로 활용할 복안도 갖고 있다. 불펜에 있는 투수 중 1명은 노경은이 돌아오면 퓨처스리그로 내려가야 한다. 따라서 불펜은 개막 이후에도 계속해서 1군에 버티기 위한 경쟁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 노경은의 복귀 시점도 관건이 된다.
벌써 154km를 던진 김강률, 입단 뒤부터 성장세가 뚜렷한 함덕주 외엔 특정 선수들의 이름이 눈에 띄게 부각되지는 않고 있지만, 그래도 1군에 올려볼 만한 자원이 늘어났다는 것은 호재다. 지난해와 올해 군 복귀 선수들 중 1.5군급 선수들이 늘어났다. 이들 중 2~3명이 한 단계 올라선다면 불펜이 지금보다는 나아진다. 두산은 기본적으로 선발진이 책임지는 이닝이 많아 불펜 의존도가 다른 팀보다는 높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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