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허유강, "감독님 아니었으면 야구 관뒀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2.24 13: 00

"감독님 아니었으면 스무 살에 그만뒀을 것이다". 
한화 사이드암 투수 허유강(29)에게 김성근 감독은 은인과 다름없다. 성균관대 1학년 시절 야구에 싫증을 느낀 허유강이 질풍노도의 방황을 하고 있을 때 당시 성균관대 인스트럭터였던 김성근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만나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설득했다. 약속 장소에서 예정된 시간보다 3시간을 더 기다린 김 감독의 정성 어린 설득에 허유강은 다시 야구공을 잡았다. 그 덕에 프로에서 상위 지명돼 한화에 입단했다. 
허유강은 "김성근 감독님 덕분에 여태까지 야구를 하고 있다. 감독님 아니었다면 스무 살에 그만뒀을 텐데 서른 살까지 하고 있다"며 "감독님이 한화에 오게 되셨을 때 기회를 받지 않을까 기대한 것도 있었다. 그런데 고치 캠프 때 내 피칭을 한 번도 안 보시더라. 니시모토 니시코치님에게만 맡기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유강은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다. 그는 "감독님이 일부러 나를 외면하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의 인연으로 기회를 주실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에 버렸다. 감독님이 크게 관심을 주시지 않으셨지만 오히려 연연하지 않고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허유강은 연습경기에서 팀 내 가장 안정된 투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13일 세이부전 1⅔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17일 SK전 2⅔이닝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19일 니혼햄전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1실점, 21일 삼성전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22일 KIA전 2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연일 불펜에서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최근 5경기 평균자책점 1.08. 안타 7개와 볼넷 2개를 허용했을 뿐 삼진 8개를 잡아냈다. 세이브도 2개나 따내며 타이트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지금 우리 팀에서 제일 안정돼 있다"고 칭찬하며 "연투 능력도 한 번 시험해보고 있다. KIA전에서는 지쳐서 팔이 안 넘어 오더라"고 설명했다. 연투 능력을 강화한다면 불펜에서 요긴하게 활용 가능하다. 
허유강은 "정규시즌 경기보다 긴장감이 덜해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세이브는 등판 순서가 그렇게 된 것이라 큰 의미없다"고 겸손해 하지만 "정신적인 면에서 좋아졌다. 이제는 생존경쟁이다.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1군은 잘하는 사람만 나갈 수 있다. 작년에는 내가 기회를 제대로 못 살렸다. 지금 여기서 못하면 시범경기에도 던질 기회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연습경기이지만 한화 옆구리 투수들의 페이스도 좋다. 언더핸드 정대훈이 김 감독의 칭찬을 받고 있는 가운데 허유강도 바짝 따라붙고 있다. 그는 "SK 시절 감독님은 엔트리에 옆구리 투수를 4명이나 두기도 했다. 다른 팀처럼 옆구리 투수를 몇 명 정해서 쓰는 게 아니라 철저히 실력 위주"라고 강조했다. 
2009년 데뷔한 허유강은 1군 3시즌 통산 70경기 2승2패4홀드 평균자책점 6.09를 기록 중이다. 군제대 첫 해였던 지난해 1군 1경기 등판에 그쳤다. 대부분 시간을 2군에서만 보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과 만나며 제구가 눈에 띄게 안정됐고, 기존 체인지업과 함께 커브의 활용도를 높이며 위력을 떨치고 있다. 허유강은 "시범경기를 잘 치러서 1군 엔트리에 드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된다면 또 다른 목표가 생길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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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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