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의 사랑’이 미혼모의 고민을 깊이 있게 그려내 시선을 끌었다. 만화적인 상상력이 가미돼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호구의 사랑’은 그 안에 살아 있는 캐릭터가 지닌 고민을 깊이 있게 조명하며 공감의 폭을 넓혔다.
지난 24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호구의 사랑’ 5회에서는 미혼모가 된 도희(유이 분)가 호구(최우식 분)에게 낙태를 결심했었다고 털어놓는 모습이 그려졌다. 도희는 원하지 않는 아기였고, 이 아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무너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낙태를 결심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도희의 아기가 밝게 웃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던 호구는 도희의 이기적인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도희를 위해서라면 못 할 것이 없는 호구는 도희에게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돌아섰다. 아기를 낳는 여자가 남자보다 더 위대하다는 가치관을 지닌 아버지 밑에서 자란 호구는 사랑과 생명의 가치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인물. 이에 자신이 학창시절부터 동경했던 도희의 이기적인 모습에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호구의 사랑’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애니메이션과 각종 패러디 등 만화적인 상상력이 풍성하게 삽입되며 리드미컬한 전개를 보이는 ‘호구의 사랑’은 순정남 호구와 도도한 도희, 또 연애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호경(이수경 분) 등의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펼쳐내며 호평을 이끌어내는 중이다. 이처럼 ‘갑을로맨스’를 표방하는 ‘호구의 사랑’은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각 캐릭터의 설정이 탄탄하게 자리 잡으면서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임신해 낙태를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결국 미혼모가 된 도희, 미혼 상태에서 아기를 낳는 게 정상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도희를 미혼모로 만들고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강철(임슬옹 분), 콘돔 사용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이어가는 호경과 호구의 이야기는 그간 드라마에서 쉽게 다루지 않았던 19금 소재에 대한 진지한 접근으로 귀를 기울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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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의 사랑’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