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풍문으로 들었소, ‘병맛’인데 끌린단 그 말을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2.24 08: 53

“우~우~풍문으로 들었소. ‘병맛인데 끌린다는 그 말을.” SBS 새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가 첫 방송부터 상류층인데 지질한 구석이 있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뒤틀린 욕망을 건드리며, 시청자들을 피식피식 웃게 만들었다. 작정하고 웃기려고 한 가벼운 소재의 드라마가 아닌데, 한 장면 건너뛸 때마다 웃음이 터졌다.
지난 23일 첫 방송된 ‘풍문으로 들었소’는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초 일류상류층의 속물의식을 통렬한 풍자로 꼬집는 블랙 코미디 드라마를 표방한다.
첫 방송은 법부법인 대표이자 대한민국 최상위층이라 자부하는 한정호(유준상 분)의 자랑스러운 장남 한인상(이준 분)이 10대 불장난으로 여자친구 서봄(고아성 분)을 임신하게 만드는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보통 드라마의 첫 방송은 인물 소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 드라마는 인물 소개를 하는 방법에 있어 흔히들 드라마에서 빠지기 쉬운 나열적인 설명보다는 사건을 통해 ‘병맛(병신 같은 맛의 줄임말, 맥락 없고 형편 없지만 재밌다는 의미로 활용)’ 인물들이 안방극장에 자연스럽게 안착하도록 도왔다. 

봄이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대성통곡을 하는 인상과 겉으로는 고고한 척 행동하지만 물 밑에서 힘차게, 심지어 더러운 방법까지 활용하며 발길질을 하는 백조 같은 인상을 주는 인상의 가족들의 성격이 하나 하나 담겼다. 고등학생 딸의 임신을 숨기기 위해 없는 시댁을 만들어 거짓말을 하는 봄이의 엄마 김진애(윤복인 분), 우아한 품위 뒤에 탐욕스러운 면모를 숨기고 있는 최연희(유호정 분), 뼛속까지 귀족인 듯 보이나 탈모 걱정을 하는 한정호(유준상 분) 등 어디 하나 평범한 인물이 없었다.
특히 최상류층인 정호의 가족이 품고 있는 이중성은 제작진의 의도적인 ‘웃음 장치’와 맞물리며 속시원한 풍자로 다가왔다. 처음부터 이 드라마가 ‘갑질’을 다루겠다고 전면으로 내세웠고 ‘아줌마’, ‘아내의 자격’, ‘밀회’ 등을 통해 고고한 척 하는 인물들의 양파 같은 속내를 신랄하게 풍자했던 정성주 작가와 안판석 PD의 신작다웠다.
사실 안판석 감독은 그동안 안갯속을 보는 듯한 뿌연 화면 처리와 작은 숨소리마저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달하는 연출로 정성주 작가가 표현하는 인물들의 이중적인 면모를 더욱 부각시켰다. 뭔가 인물들이 행동이 뒤탈이 있을 듯한 여지를 남겨두는 연출을 했는데 이번 ‘풍문으로 들었소’ 역시 말끔하지 않아 보이는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이 드라마 곳곳에 복선으로 깔리며 시청자들을 개운하지 않게 했다.
드라마를 봤는데 뭔가 찜찜한 느낌, 이 애매모호한 감정이 이들의 드라마가 독특한 중독성을 발휘하는데, 이번 ‘풍문으로 들었소’는 풍자에 ‘병맛’까지 가미된 모양새다. 다만 아무래도 초반부터 폭발력 있는 흥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동시간대 방송 중인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가 상승세를 타며 1위에 올라섰고, ‘풍문으로 들었소’는 배우들이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어느 정도의 예열이 필요한 상태. 일단 흥미로운 이야기로 주목을 끄는데 성공한 ‘풍문으로 들었소’가 향후 안방극장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는 조금 더 지켜볼 문제로 보인다.
jmpyo@osen.co.kr
'풍문으로 들었소'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