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풍문’ 이준, 정말 찌질한데 왜 매력적이지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2.24 16: 23

세상 아래 이렇게 지질한 남자가 있을까. 하룻밤 불장난으로 여자친구가 임신을 한 사실을 알게 되자 울기부터 하는 남자라니, 참 어이 없는 반응인데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간다. 배우 이준이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궁극의 ‘찌질남’의 매력으로 연기자로서의 발걸음을 힘차게 하고 있다.
이준은 현재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명문가 집안을 발칵 뒤집어놓는 사건을 일으키는 한인상 역을 맡고 있다. 지난 23일 첫 방송에서 인상은 여자친구 서봄(고아성 분)이 임신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후 공황에 빠졌다. 봄이의 가족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책임지겠다고 공언한 것까지는 잘 수습했는데, 문제는 다음이었다. 인상의 인생 설계를 완벽히 마친 부모에게 이 충격적인 사실을 말할 수 없었던 것.
결국 그는 자살을 하겠다고 한강에 뛰어들었다. 물론 추운 날씨 탓에 한강물을 점검하는 소심한 면모, 막상 자살하겠다면서도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지질한 성격은 숨길 수 없었다. 오히려 봄이 첨벙첨벙 강물을 가르며 용감하게 돌진했으니 인상의 비겁한 성격은 더욱 부각됐다. 남자답게 책임은 지겠다고 나섰는데, 막상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는 대범하지 못한 성격, 위촉즉발 위기의 상황에서도 봄이에게 진한 키스를 하는 철딱서니 없는 모습, 이마저도 택시 기사에게 허락을 받는 겁쟁이 면모는 첫 방송부터 인상의 성향이 안방극장에 완벽히 전달됐다. 거기다 참 못나게도 울어댔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자랑스러운 부모가 있고 두뇌회전도 빠르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도 ‘덜 떨어져보이는’ 인상은 참 궁상맞게 그려졌다. 뭔가 부족해보이고 뭔가 비어보이는 듯한 인상은 이준이 극도로 소심하게도 표현해 웃음이 유발됐다. 한없이 움츠려든 어깨,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인 면모, 불안한 표정이 역력한 얼굴색까지 이날 이준은 ‘찌질남’의 최고봉인 인상을 완벽하게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풍문으로 들었소’라는 세태 풍자 드라마의 묘미를 살렸다.
동시에 ‘찌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고 어딘가 모르게 정이 가는 캐릭터 연기로 향후 인상이 치고다닐 사건사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봄이와 우여곡절 끝에 함께 살게 된 후에도 비겁한 면모는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 최고 상류층을 풍자하는 이 드라마에서 이준이 연기하는 인상은 여러모로 ‘풍자 떡밥’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엠블랙 탈퇴 후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는 이준의 '완벽하지 않아도 매력적인' 남자로서의 공습이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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