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순수의시대', 조선판 막장드라마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2.24 18: 04

아침드라마에 버금가는 전개다. 전반부엔 파격적인 노출이나 잔인한 액션이 말초 신경을 자극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오는 5일 개봉하는 영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 제작 화인웍스)의 이야기다.
24일 오후 언론시사로 베일을 벗은 '순수의 시대'는 조선 건국 초기 '왕자의 난'을 중심으로 한 인물들의 이야기다. 장군 김민재(신하균)와 왕자 이방원(장혁)이 권력 줄다리기를 하고, 김민재와 기녀 가희(강한나)는 애틋한 로맨스를 만들어낸다. 김민재의 망나니 아들 진(강하늘)의 에피소드가 더해져,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인물들의 감정 변화는 다소 거칠게 그려지는데, 투박한 그대로의 맛이 있다. 비교적인 예상 가능한 부분이지만, 얽히고설킨 각종 음모와 비밀을 지켜보는 일은 꽤 흥미롭다. 세 남자의 권력 싸움을 기대한 관객에겐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혼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남녀의 이야기로 바라본다면 부족함이 없다. 
배우들의 열연은 인상적이다. 신하균은 첫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평면적일 수 있는 캐릭터를 우직하게 소화해냈다. 강한나와 수차례 호흡을 맞춘 애절한 베드신은 물론, 각종 액션신을 통해 갈고닦은 무술실력과 '신경질적인 근육'을 자랑한다. 전쟁터에서와 아들 훈육은 가차없지만 사랑하는 연인 앞에선 한없이 부드럽다. 마치 처음 사랑을 하는 소년처럼 가희에게 빠져드는데, 신하균이 표현하는 고집스러운 순애보에는 뭉클함이 있다.
장혁의 분량은 다소 적지만, 강렬함에선 으뜸이다. 그가 그려낸 이방원 캐릭터는 호탕한 웃음 뒤에 속내를 감춘 의뭉스러운 왕자다. 피를 뒤집어 쓴 그가 "내어줄 말이 없다"고 외치며 진짜 얼굴을 드러내는데, 그가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상당하다. 그동안 엘리트 캐릭터를 주로 선보인 강하늘은 연신 비열한 미소를 짓는다. 겁탈신, 폭행신을 포함해 뒤태 노출(?) 등 다소 충격적인 장면을 여럿 소화한다. 신예 강한나는 말간 얼굴을 드러내며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안상훈 감독은 네 남녀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안상훈 감독은 "역사적 기록에서 사라진, 개인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며 "게임을 할때 무장이 늘 이름 없는 군졸들을 데리고 다니지 않나. 그 군졸들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데리고 오려고 했다. 시대에 툭 던져진 장기말들 같은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다. 그 장기말들이 장기판에서 어떤 감정을 가지고 어떻게 움직일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3월 5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jay@osen.co.kr
화인웍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