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SK 마운드에 응당 있어야 할 두 선수가 사라졌다. 트래비스 밴와트(29), 메릴 켈리(27)라는 두 외국인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자신의 방식대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라는 김용희 감독의 지시가 만든 침묵이기 때문이다.
SK는 24일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와의 연습경기까지 오키나와에서 총 6번의 실전을 치렀다. 이제 26일 니혼햄과의 경기, 그리고 3월 1일 있을 넥센과의 경기까지 2번의 연습경기가 더 남아있다. 연습경기 일정만 놓고 보면 막바지다. 선발진에서는 김광현 윤희상 백인식 고효준 채병룡 등 후보들이 모두 한 차례 이상 실전등판에 나서며 컨디션을 조율했다. 그러나 밴와트와 켈리는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다른 팀들의 외국인 투수들이 실전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의아한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몸 상태에는 이상이 없다. 다만 오키나와 연습경기에는 등판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김용희 감독은 24일 요미우리전을 앞두고 “두 선수는 오키나와에서 던지지 않을 것 같다. (3월 열릴) 시범경기부터 등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두 선수의 2015년 첫 실전등판은 한국에서 이뤄진다.

감독이라면 외국인 투수들의 몸 상태와 컨디션, 구위를 최대한 빨리 확인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좀 더 장기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두 선수가 미국에서 하던 대로 몸을 만들 수 있게끔 배려했다. 한국의 경우는 미국보다 실전 등판이 좀 더 빠른 편이다. 때문에 미국 생활을 오래 한 외국인 선수들은 이 일정에 적응하는 데 다소간 애를 먹기도 한다. 실제 한국 선수들은 지금 실전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투수들은 이제 캠프에 모여 불펜피칭을 할 단계다.
선수들도 몸을 만드는 일종의 루틴 같은 것이 있다. 그런데 본격적인 투구 일정이 달라지면 그 리듬이 미묘하게 흔들릴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미국보다 빠른 한국의 일정에 너무 빨리 페이스를 끌어 올리다 부작용도 생긴다. 그러나 김 감독은 굳이 한국식에 맞출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정규시즌 전에만 최고의 컨디션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의 시범경기 일정 시작 시점은 비슷하다. 때문에 그때쯤 되면 두 선수도 해왔던 것처럼 100%에 가까운 몸 상태를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김 감독의 유연함과 함께 기대치도 엿보인다. 두 선수는 올해 SK 마운드에서 핵심적인 몫을 해야 할 이들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11경기에서 9승을 올리며 기량을 검증받은 밴와트는 김광현과 원투펀치를 이뤄야 한다. 켈리의 승수는 SK의 실제 승수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한국에서 ‘미국식’ 스프링캠프를 보내고 있는 두 선수가 어떤 모습으로 보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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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