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의 화두는 144경기다. KBO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144경기 정규시즌인 만큼, 모든 팀들이 스프링캠프부터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야수진의 깊이를 두텁게 하려는 것은 물론, 여섯 번째 선발투수를 준비하는 팀도 있다.
LG 트윈스 이병규(9번·41)는 이미 144경기를 경험해봤다. 2007시즌부터 2009시즌까지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즈에서 활약, 144경기 정규시즌을 소화했고, 큰 무대에서 결정적인 홈런으로 팀 우승을 견인하기도 했다. 지난 24일 LG와 주니치의 연습경기가 열린 차탄구장에서 이병규로부터 144경기 생존 노하우, 2015시즌 목표, 컨디션, 최다 안타 기록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이병규는 실전에 나서지 않고 있다. 특별한 부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즌 개막(3월 28일)까지 한 달이 넘게 남은 만큼, 완벽히 준비가 됐을 때 그라운드에 서려고 한다. 왼쪽 다리 부상으로 2014시즌 62경기 출장에 그친 아쉬움을 털고, 2015시즌을 완주하는 게 목표다. LG 양상문 감독은 이병규의 실전 투입시점을 시범경기로 잡았다.

“작년에 한 번 아팠다. 이렇게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은 무릎 수술했던 2003년 이후 처음이었다. 더 잘 준비해서 한국에서 시범경기할 때 실전에 들어가려고 한다. 다리를 제외한 다른 부분은 다 100%다. 주력은 80%정도인데 20%를 더 잘 만들어서 확실한 상태에서 뛸 것이다. 그래서 올해에는 작년에 아파서 못한 것을 이루고 싶다. 팀의 일원이 돼서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내가 있어서 잘 하고, 없어서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형으로서 해줘야하는 부분이 있다. 아프지 않고 잘 하다보면 팀이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
그만큼 이병규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다리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모든 훈련이 끝나면 홀로 자신 만의 다리 강화 프로그램을 한다. 트레이너의 지도와 함께 필드를 뛰어다니며, 웨이트 트레이닝도 다른 선수보다 많이 한다. 이렇게 이병규는 지난해 12월부터 부상이 재발되지 않도록 땀 흘리고 있다.
“나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받아서 하고 있다. 올해 캠프에서 처음으로 내게 맞는 보강 훈련을 하는 중이다. 스태프에서 배려를 정말 많이 해 주신다. 감독님도 그렇고 코치님도 그렇고 편안하게 내 파트에서 운동할 수 있게 해주신다. 시즌부터는 전쟁이다. 시즌에는 몸 상태를 100% 이상으로 올리려고 한다. 최고의 컨디션 속에서 올 시즌을 치르겠다.”
자신에게 충실하면서도 후배들의 성장에는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LG와 주니치의 경기에서 후배들이 좋은 플레이를 펼치자 박수치며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후배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며 이들이 자신이 걸었던 길을 이어서 달려주기를 바랐다.
“영원히 형들이 뛸 수는 없다. 형들이 건재하게 잘 하고 있어서 후배들 입장에서는 그 부분이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러면서 팀이 강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더 좋은 팀이 된다. 언젠가는 이 친구들이 LG의 미래, LG 프랜차이즈가 되어야 한다. 이번 캠프를 통해 LG의 미래가 확실히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그러면서 이병규는 어느덧 리그 최고령 타자가 된 것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이날 주니치의 옛 동료들은 이병규를 향해 “코치 아니냐”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솔직히 최고령 타자인 게 와 닿지는 않는다. 지금 리그에 동갑인 선수가 네 명 있는데 사실 나보다는 (진)갑용이가 대단하다. 포수인데 이렇게 하는 게 대단한 것 같다. 그런데 주니치만 봐도 나와 동갑이거나 나보다 선배인 선수가 많다. 이와세는 나와 동기이고, 오가사와라는 나보다 한 살 많다. 야마모토 선배님은 올해로 쉰하나다. 이런 모습을 통해 후배들에게 오래 프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보여주는 것 같다. 내가 나이와 상관없이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후배들도 야구를 오래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신감은 충분하다. 어린 선수들과 붙어서 이길 자신이 있다.”
덧붙여 이병규는 주니치에서의 3년을 돌아보며, 144경기 체제를 극복한 노하우를 밝혔다.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면, 144경기 체제도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간단하다. 경기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잘 쉬고 잘 먹으면 된다. 힘들 때는 경기에 앞서 훈련량을 좀 다운시키는 게 좋다. 일본의 경우, 경기 전 훈련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수 개인에게 훈련량을 맡긴다. 나도 일본 첫 해에는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서 2군에 간 적이 있었다. 자신의 페이스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더라. 자기 관리에 철저하면 144경기 시즌도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병규는 2015시즌이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KBO 통산 최다안타(양준혁 2318개, 이병규 2021개) 기록에 가까워질 수 있는 시즌이기도 하지만, 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자신보다 팀에게 중요한 시즌이며, LG도 정상에 오를 시간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프지 않고 열심히 하면 기록은 나온다고 본다. 기록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혹시 (최다안타에) 몇 개 안 남았을 때는 느낌이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기록이 눈앞으로 다가오면 생각해보겠다. 지금은 너무 빠르다. 한 해 안타 150개를 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2년이 필요하다. 올해와 내년에 해보고 기록에 대한 입장을 말하겠다. 나보다는 팀 전체가 더 잘해야 하고 강해져야 한다. 3년째가 중요하다. 올해는 정말 강팀이 되느냐가 걸린 시즌이다. 팀도 많아졌고, 3일 휴식도 없다. 진정한 순위싸움이자 장기레이스가 시작된다고 본다. 어린 선수들이 지금 페이스를 길게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우리도 이제는 정상에 올라야 할 시간이 됐다. 목표를 이루도록, 정상을 바라보며 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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