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땅에 다시 선 서울, 그리고 최용수의 '복수혈전'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5.02.25 07: 13

"공은 둥글다."
2년 전 우승 문턱에서 좌절해야했던 서울이 악몽의 장소를 다시 찾았다. 그리고 최용수 서울 감독은 바로 그 자리에서, "공은 둥글다"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FC서울이 2년 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서 만나 명승부를 펼쳤던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를 상대로 25일, 2015 ACL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장소도 상대도 2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때는 우승이 걸린 결승전이었고 지금은 올시즌을 여는 조별리그 첫 경기라는 차이 뿐이다.

불과 2년 전, 서울은 같은 장소에서 열린 ACL 결승 2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지 않고 비겼으나, 1, 2차전 합계 3-3이 되면서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우승을 아쉽게 놓쳤다. 텐허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열광적인 광저우 팬들의 붉은 물결 속에서 서울은 패배 아닌 패배를 당해 무릎을 꿇고 놓쳐버린 우승을 안타까워해야만 했다.
바로 그 기억을 설욕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최 감독은 "공교롭게도 권위 있는 대회의 첫 경기서 2년 전 아픔을 준 팀을 만나게 됐다. 광저우는 강하다. 우승 후보로 부족함이 없다. 전력에서 우리가 밀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여기에 왔다. 재작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당시 광저우를 이끌던 사령탑 마르셀로 리피 감독은 없지만, 그의 뒤를 이어받은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이 서울을 기다리고 있다. 전력도 여전히 막강해 우승 후보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하지만 지난 15일 열린 중국 슈퍼컵서 산둥 루넝에 우승 트로피를 내주며 시즌 개막전부터 패배를 맛본 바 있다.
"광저우도 변화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을 것"이라며 2년 만의 맞대결을 앞두고 상대 전력을 평가한 최 감독은 "우리는 한 두 선수에게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팀워크를 보여주겠다. 점점 더 좋아지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앞서 플레이오프를 거쳐 죽음의 H조에 올라온 만큼,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는 모습도 보여줬다. 플레이오프에서 하노이 T&T(베트남)를 7-0으로 대파했지만 최 감독은 "7골을 넣으면서 많은 약점을 노출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광저우는 연습 경기나 슈퍼컵에서 약점을 드러내지 않았다"며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악몽의 장소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은 최 감독이 언뜻 내비친 자신감은 2년 전, 그리고 작년과도 크게 달라진 서울의 모습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다. "공은 둥글다. 많은 이들이 광저우의 승리를 점치지만, 가능성을 믿고 준비하겠다"는 겸손한 말 뒤에는 자신감이라는 날카로운 비수가 번뜩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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