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인터뷰] ‘쿠세 달인?’ LG 이진영, “쿠세 파악 아닌 분석”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2.25 15: 11

LG 트윈스 주장 이진영(35)은 투수의 쿠세(버릇)를 가장 잘 파악하는 타자로 꼽힌다. 동료들은 이진영이 투수의 글러브만 보고도 어느 구종을 던질지 예상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진영이 리그에서 가장 정교한 좌타자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던 데에도 쿠세 파악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진영은 단호하게 이를 부정했다. 투수의 쿠세를 파악하는 것이 아닌, 데이터를 통한 분석으로 상대 투수를 공략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일본 오키나와 이시카와 LG 스프링캠프에서 이진영에게 직접 스프링캠프 진행상황, 2015시즌 전망, 자신 만의 영업비밀 등을 들었다.
먼저 이진영은 주장으로서 이번 스프링캠프에 만족하고 있었다. 후배들의 성장세가 뚜렷한 만큼, 위기를 느끼면서도,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봤다. 2015시즌 마지막 무대, 마지막 순간에 웃을 것을 고대했다. 

“프로는 항상 경쟁이다. 나도 17년 동안 단 한 번도 내 자리가 있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만큼 어린선수들이 캠프마다 성장하고 치고 올라온다. 그래서 베테랑들이 캠프 기간에 긴장하고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살아남고 있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올해는 그 경쟁이 더 심하다. 어린 선수들끼리도 정말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지환이 은성이 용의 선재 등 다 업그레이드 됐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 우리 전력이 최상위 전력은 아니지만, 선수들끼리 팀워크 맞추고, 합심하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다. 개인적으로 주장 마지막 해니까 더 잘 마무리하고 싶다. 정규시즌 1, 2위는 몰라도, 포스트시즌가서 분위기만 탄다면 멋진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이진영은 2015시즌의 변수를 외국인선수로 꼽았다. 대부분의 팀들이 좋은 외국인선수를 영입한 만큼, 이들이 한국에서 얼마나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봤다. 덧붙여 LG의 새 외국인타자 한나한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외국인선수가 큰 변수라고 본다. 대부분이 좋은 대우를 받았고 그만큼 실력이 있었던 선수들이다. 관건은 그 실력이 한국에서 얼마나 나오나는 것이다. 우리 팀 외국인선수들 셋 모두가 다 기대된다. 작년 조쉬 벨의 경우, 캠프부터 기대치가 많이 낮았다. 오히려 시즌 초에 잘하는 것 보고 선수들이 놀라는 분위기였다. 본인이 못했을 때 마냥 쳐지지만 않았다면 그렇게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나한은 지금까지 보니 자세가 훨씬 좋다. 기대가 된다. 어떻게 보면 우리 팀 좌타자들과 비슷한 유형이다. 확실한 것은 조쉬벨보다 안정적이고 수준도 높다.”
이어 이진영은 쿠세 파악에 대한 진실을 털어놓았다. 전력분석이 활성화 되지 않았던 시기에는 가능했던 일이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자신이 투수들은 분석하는 노하우는 쿠세 파악이 아닌, 데이터를 통한 분석에 있다고 밝혔다.
“요즘 투수들은 쿠세가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 외국인투수나 신인급아니면 노출되는 경우가 없다. 팀마다 전력분석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한 경기서 노출되면, 다음경기에서 다 고치고 나온다. 쿠세 파악은 좀 와전된 것 같다. 사실 나는 매 경기 내 타석을 다 기록한다. 그걸 기록한 노트만 4, 5권이 된다. 전력분석팀에서 주는 자료를 다시 한 번 내 노트에 쓰면서 되새기는 것이다. 한 번 더 보고 쓰면, 당시 상황이 더 잘 떠오르고 나중에 기억도 잘 난다. SK시절부터 꾸준히 기록했는데 이제는 원정 갈 때 깜빡해서 노트를 안 가져오면 불안하기도 하다. 내가 상대했던 모든 투수들의 공 하나하나가 노트 안에 있다. 노트를 통해 투수의 패턴이 보이고, 이에 대한 대응책도 선다. 우리팀 어린 타자들에게도 권장하고 있다. 지금은 얼마 안 쌓일지 몰라도 이게 쌓이면 다 자산이 된다.”   
한편 이진영은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고 있는 한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SK 시절을 회상했다. 김성근 감독의 지옥 훈련이 자신을 더 좋은 선수로 만들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SK 시절 김성근 감독님의 훈련을 통해서 많이 성장했다. 시기도 좋았다. 그때 이십대 중반이었기 때문에 많은 훈련도 이겨낼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님의 훈련은 양도 많지만 스스로 하는 부분이 많다. 훈련하면서 내가 어떻게 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 길다. 그러다보니 고민하게 되고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보게 된다. 결국에는 내 자신의 스윙 궤적도 생기게 되더라. 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큰 효과가 없을지도 모른다. 아무 생각 없이 휘두르기만 하면 노동이 되는 것이다. 긴 훈련 속에서 내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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