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활용한 ICT 교육, 아이들의 변화는 상상 이상"
OSEN 정자랑 기자
발행 2015.02.25 15: 33

전라남도 보성군에 위치한 미력초등학교의 6학년 수업시간은 여느 교실보다 떠들썩하다. 학생들은 수업 중임에도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의 의견을 나누기 바쁘다. 아이들의 논쟁은 쉬는 시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아이들이 논쟁거리는 뜻밖에도 수학문제. 6명의 학생들은 아이패드를 가운데 두고 제 나름의 해법들을 말하기 바쁘다.
한 여학생은 점심시간에도 아이패드와 악보에 눈을 떼지 못한다. 그는 방과 후 피아노 시간에 배울 노래의 악보를 보며 유튜브로 미리 음악의 분위기를 파악했다. 다른 학생이 사용하고 있는 전자오르간을 대신해 '가라지밴드' 앱을 통해 멜로디를 미리 연습하기도 했다.
미력초등학교는 2014년 기준 전교생이 29명 밖에 되지 않는 '초미니' 학교다. 하지만 아이들의 수업은 어느 지역의 학교보다 디지털 환경이 잘 구축돼 있다. 선생님은 디지털 디바이스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그러면 학생들은 아이패드 등 태블릿을 이용해 수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동적인 수업을 완성한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사용해 수업을 듣는 것에서 한 단계 나아가, 학생들은 이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2013년 미력초등학교는 교육부 ICT(정보통신기술) 시범학교로 선정돼 전교생에게 아이패드 지급되었으나,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기존 수업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박한샘 선생님(30)이 6학년 담임으로 부임하면서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는 달라졌다. 박한샘 선생님은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와 적은 학생 수의 장점을 적극 활용, ICT를 적용한 수업을 시작했다.
▲"수학을 제일 싫어했던 아이들이 친구들과 수학 문제로 토론을 벌이게 됐죠"
아이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계기는 박 선생님의 '거꾸로 교실'이다.
"저의 첫 고민은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줄 수 있을까?'였습니다. 농산어촌 지역 학생들은 사교육을 거의 받지 않고, 주변에 학습을 도와줄 멘토도 흔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박 선생님은 학교에서 배우고, 집에서 문제를 해결 하는 식의 학습방법을 거꾸로 뒤집었다. 학생들은 수업 내용을 집에서 선생님이 제작한 동영상 강의로 확인하고, 수업시간에는 스스로 혹은 친구들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수업시간 동안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문제를 고민해주는 좋은 멘토였다. 학생들은 예외없이 자연스럽게 학습에 참여했고, 문제 해결력도 함께 좋아졌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던 수학 과목에서 효과가 뚜렷했습니다. 아이들은 집에서 10분 내외의 동영상 강의를 보고 수업에 참여했고, 이해 안되는 부분은 수업시간에 친구들과 교사에게 질문했습니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대화하듯 수학 문제를 풀었고, 2개월 만에 수학은 싫어하는 과목 1위에서 좋아하는 과목 2위로 훌쩍 뛰어 올랐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은 ICT 수업이 뚝딱 생겨난 것은 아니다.
"처음 아이패드를 활용한 ICT 수업을 시작할 때, 통용되는 수업 방법이 없어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교육적요소가 포함된 흥미로운 앱들을 찾아 학생들이 놀이와 학습을 병행하 도록 했는데, 학생들은 수업 내용보다 흥미적인 요소에만 집중할 때가 많더군요."
시행착오 끝에 박 선생님은 모든 수업에 ICT 교육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아이들의 수업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 안에서 ICT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교육방식을 수정했다.
▲"ICT수업 이후 아이들의 변화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거꾸로교실' 도입 이후 ICT 수업은 학생들에 의해 탄력을 받았다. 학생들은 수업의 내용을 아이패드를 이용해 글 대신 영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이 '영상노트'가 아이들의 훌륭한 보조교재가 된 것. 학생들은 아이패드에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아이워크(i-work) 시리즈를 적극 활용했다. 특히, 아이무비(i-movie)는 아이들을 손쉽게 PD 혹은 영화감독으로 만들었다.
또한 선생님은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기발한 표현 방법이나 창의적인 기법 등이 발현돼, 기존 교육방법에서는 발굴할 수 없었던 영상표현능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아이들은 과학시간에 실험과정, 결과들이나 사회시간에 배울 내용을 자신들의 목소리와 얼굴로 녹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발생했고, 또 온라인 상에 게시하니 아이들은 어디서든 쉽 게 영상을 여러 번 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학습효과와도 연계됐죠."
"영상노트는 학부모들도 볼 수 있어, 가정에서 자녀와 이야기 소재가 되기도 하고 수업에 대한 훌륭한 피드백 수단이 됐습니다." 
이와 같은 수업 방식은 자연스레 학부모들의 만족으로 이어졌다.
"학부모님들은 학생들의 활동 모습과 활동 결과를 본인들도 직접 볼 수 있고, 또한 '동영상강의'가 사교육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매우 만족해 하셨습니다. 주변의 다른 학교 학부모님께 적극적으로 홍보해주셔서 전학문의도 받게 됐습니다. 학부모님들이 먼저 신뢰해줘 새롭고 과감한 시도들이 의미를 더할 수 있었습니다."
박 선생님은 지난해 ICT활용교육에 대하여 전남지역 305명의 학부모 대표님들 앞에서 소개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때도 전학문의, 교육과정 문의가 많이 들어오기도 했다.
▲"교사가 적절한 활용 기준을 세운다면, ICT는 휼륭한 교육수단"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박 선생님은 교사가 적절한 기준을 세운다면, ICT 활용교육은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모둠 활동을 통해 다인 1디바이스 로 활용하면 적절한 결핍이 형성되어 오히려 상호작용과 소통이 활발해집니다. 상황에 따라 1인 1디바이스가 효과적인 경우도 있고요. 따라서 목적과 수단의 전도현상이 비교적 경감될 수 있지요."
"어른들이 부정적인 부분만 생각해 ICT투입을 차단해버리면 학생들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무작정 맡길 수도 없죠. 교사나 학부모가 유익한 컨텐츠와 유익한 활동이 가능한 도구들을 알고 있고 제시해줄 수 있다면 아주 훌륭한 교육도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박한샘 선생님은 '미래교실 네트워크'에 소속돼 다른 교사들과 미래교육을 지향하는 교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공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박한샘 선생님은 ICT 교육이 학생들로부터 활성화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조심스럽지만 ICT 활용교육이 오히려 학교와 교사가 아닌 학생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해봅니다. 학생들의 생활과 ICT가 밀착됨에 따라, ICT는 이미 디지털기기활용능력을 넘어 이미 ‘생활필수능력’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과 ICT교육을 위한 노력이 합쳐진다면 그동안 교실에서 불가능했던 일들이, 아이들의 잠재력이 세상을 향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변화가 올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전교생이 29명 밖에 되지 않는 저희 학교가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 있게 되고, 흔한 학교의 흔한 학생이었던 누군가가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대중을 매료시킬 수 있는 일들이 발생하게 되죠. '청출어람' 이라는 말처럼, 교사가 잘 모르더라도 학생들이 그 이상을 해낼 수 있다면 상상 이상의 멋진 일들이 교실에서 일어나지 않을까요?"
luckylucy@osen.co.kr
박한샘 미력초등학교 선생님과 6학년 아이들./박한샘 선생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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