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도 괜찮아’ 백인식의 긍정맨 변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2.25 14: 38

동료들의 격려에 조금은 멋쩍은 표정이었다. 스스로도 아쉬워했다. 하지만 표정 자체는 밝았다. 얼굴에는 결과보다 과정에서 의의를 찾는 성숙함이 조금씩 묻어나오고 있었다. 올해 달라진 몸 상태를 과시하고 있는 백인식(28, SK)은 그렇게 내면까지도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SK 마운드에 희망적인 징조다.
SK의 5선발 후보로 가장 앞서 나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백인식은 24일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로 출격했다. 오키나와 ‘선발 오디션’의 사실상 마지막 무대였던 만큼 주위의 시선은 남달랐다. 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3이닝 동안 3실점(2자책) 했다. 2회 실책이 빌미가 돼 비자책점 1점을 떠안았고 3회에는 연속 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비로 경기가 중간에 끊어진 것도 악재였다.
연습경기라고 해도 경기는 엄연한 경기다. 좋지 않은 결과를 내놓고도 아무렇지 않게 넘기기는 쉽지 않다. 주위에서도 걱정 어린 시선이 있었다. 이날 결과 때문에 행여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백인식이 의기소침하지 않을까 해서다. 그러나 덕아웃으로 다시 들어온 백인식의 얼굴에는 좌절보다는 미소가 흘러나왔다. 동료들의 격려에 고마워하며 이날 투구내용을 꼼꼼하게 복기했다.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였다.

백인식은 “경기 전부터 몸이 약간은 무거웠다. 그래서 최고 구위가 나오지 않았다”라면서도 “요미우리 타자들이 잘 치더라. 역시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라고 빙그레 웃었다. 김원형 코치도 그런 백인식의 어깨를 토닥였다. 김 코치는 “얻어 터져도 깨닫는 것이 있으면 된다. 시즌 때 맞는 것보다는 지금 맞는 것이 낫다”라고 격려했다. 김 코치의 애정 어린 조언에 백인식도 큰 대답으로 이날 경기의 아쉬움을 날렸다.
2013년 5승을 거두며 SK 마운드의 신성으로 자리한 백인식은 지난해 큰 좌절을 맛봤다. 6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18.32를 기록하며 무너졌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까지 나쁘자 심리적으로도 크게 흔들렸다. 그 여파가 표정에서 그대로 나타나기도 했다. 결국 몸과 마음 모두가 지친 백인식은 중반 이후 1군에서 모습을 감췄다. 2년차 징크스에 제대로 당하며 완전히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성숙해졌다는 것이 주위의 공통적인 평가다. 스스로를 담담하게 돌아보며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두 번 실패는 없다’라는 각오로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일찌감치 절정의 몸을 만들었고 플로리다 캠프부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 중이다. 그 결과 치열한 5선발 경쟁에서도 구위 및 사이드암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은 확언할 수 없지만 선발진 진입 가능성은 분명 높다.
요미우리의 수준 높은 타자들을 상대로 쌓은 경험은 성장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백인식은 경기 후에도 불펜에서 TV를 통해 동료들의 투구와 요미우리 타자들의 대처법을 유심히 살펴봤다. 좀 더 진지하게, 그리고 좀 더 여유 있게 야구를 대하고 있는 백인식이 다시 일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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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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