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경기라고 하지만 4경기에서 모두 실점을 했다. 그의 어깨에 걸리는 기대를 생각하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을 법도 하다. 하지만 조심스러운 질문에 정우람(30, SK)은 웃음과 함께 현재와 미래를 모두 이야기했다. 목소리에는 내공이 절로 묻어나왔다.
리그 최고의 왼손 불펜 요원으로 이름을 날렸던 정우람은 군 복무를 마치고 다시 SK 유니폼을 입었다. 이름 석 자 자체가 주는 복귀의 무게감은 SK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최고급이다. 군 복무 시절 워낙 충실하게 몸을 만든 덕에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복귀 준비 페이스도 빠른 편이다. 가뜩이나 높은 기대치가 더 치솟은 배경이다.
그런데 정작 연습경기 결과가 썩 좋지는 않다. 정우람은 오키나와 연습경기 4경기에서 4이닝을 던지는 동안 5실점을 했다. 매 경기 1실점 이상을 하는 통에 평균자책점은 11.25까지 올라갔다. 전체적으로 피안타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홈런도 2개나 맞는 등 분명 좋은 투구 내용은 아니다. 비록 연습경기지만 올해 정우람이 SK 불펜에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우람도 이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한다. 정우람은 2년의 공백이 있다. 완벽한 몸 상태, 완벽한 실전감각을 쌓으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정우람은 핑계를 대지 않는다. 대신 과정을 이야기했다. 정우람은 “첫 경기에서 맞았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도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세 번째 경기에서도 맞으니까 정신이 번쩍 들더라. ‘이게 아니다’, ‘내가 잘못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오키나와에서 맞아나간 타구는 스스로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정우람은 “내용이 안 좋아도 결과가 좋으면 나도 모르게 그 결과에 도취된다. 그러면 부족한 점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가게 되어 있다. 차라리 지금 맞는 것이 낫다”라며 미소 지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시즌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풍겨져 나왔다. 불안감보다는 오히려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이 좋다”라며 복귀 과정을 즐기고 있다.
이처럼 정우람은 차분히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되짚는 중이다. 신인급 선수라면 조바심도 생길 수 있겠지만 베테랑 정우람의 머리에는 그런 단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김용희 감독도 시즌 초반 마무리는 윤길현을 쓰겠다고 공언하며 정우람의 부담을 덜어줬다. 리그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마냥 당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때그때 잘못된 점을 보안하면서 감을 찾아가는 중이다. 24일 요미우리와의 경기에서도 그랬다. 8회 1실점을 하긴 했지만 투구 내용은 갈수록 나아졌다. 마지막 타자 데라우치를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한 체인지업에는 동료 투수들도 혀를 내두르며 ‘역시’라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완벽한 복귀를 향한 밑거름을 쌓고 있는 정우람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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