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 선수가 누군가요”
24일 SK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지켜보던 일본프로야구 관계자는 한 선수의 타격에 주목했다. SK의 올 시즌 붙박이 리드오프로 주목받고 있는 이명기(28)였다. 이 관계자는 “스윙이 참 좋다. 일본에서도 저렇게 타구를 자유자재로 날려 보낼 수 있는 스윙을 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발도 빠른 것 같다”라며 경력이나 그간 행보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몇몇 취재진들도 짧은 신음과 함께 이명기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이날 이명기는 4타수 2안타 1도루를 기록했다. 5회에는 오타케의 공이 몸쪽으로 붙었으나 이를 받아쳐 유격수 옆을 꿰뚫는 중전안타를 만들었다. 8회에도 내야안타를 만든 뒤 기습적인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요미우리 수비진이 허둥대는 사이 공이 빠져 3루까지 나가는 등 빠른 발로도 내야를 흔들었다. 1회에도 2루수 땅볼을 쳤으나 전력질주해 간발의 승부를 만들어 내는 등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명기가 낯선 일본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다.
이명기의 타격 재능은 수많은 지도자들이 인정해왔다. 맞히는 데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반쪽 컨택트도 아니다. 방망이가 나오는 궤적이 워낙 좋아 변화구 대처 능력도 좋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타구를 날릴 수 있는 능력까지 지녔다. 이 재능은 기회를 만나 성적으로도 이어졌다. 2013년에는 26경기에서 타율 3할4푼, 그리고 지난해에는 83경기에서 타율 3할6푼8리를 기록했다. 중간에 낀 발목 부상이 원통할 뿐이었다.
이처럼 이명기는 자신의 잠재력을 모두 터뜨리기 위한 예열을 마쳐가고 있다. 김용희 감독은 이명기를 주전 좌익수 및 리드오프 후보로 올려뒀다. 이변이 없는 이상 개막 리드오프 자리는 이명기의 몫이다. 오키나와 연습경기 성적도 좋다. 전반적으로 타자들의 감이 완벽한 시기는 아니지만 이명기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내 및 일본프로팀들과 맞붙은 5경기에서 타율 3할5푼3리(17타수 6안타)를 기록 중이다.
“몸 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다”라고 말하는 이명기는 다른 부분에서도 발전을 이뤄가고 있다. 지난해 빠른 발에 비해 도루 개수가 적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명기는 5경기에서 네 번이나 베이스를 훔쳤다. “무조건 20도루 이상을 하겠다”라며 의지를 다진 이명기가 이제는 발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김용희 감독이 추구하는 뛰는 야구의 선봉장이 될 기세다.
수비도 많이 좋아졌다. 타격이나 주루에 비해 수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명기는 지난해 가고시마 마무리훈련부터 코칭스태프와 집중적으로 수비 훈련을 했다. 가고시마 캠프 당시에는 “훈련의 거의 대부분이 수비”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 결과 자신감이 부쩍 붙었다. 김용희 감독도 “수비도 많이 좋아졌다”라며 풀타임 외야수로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완전체 리드오프를 향한 이명기의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
SK 와이번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