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상훈(32)의 활약이 KBS 2TV 공개코미디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마초적인 남자, 반전의 연속인 미끌이 등의 캐릭터로 ‘개콘’ 인기 코너 ‘핵존심’, ‘왕입니다요’를 이끄는 이상훈은 귀여운 분장을 하고 ‘감사합니다’를 외치던 모습에서 한층 더 성숙하고 능청스러워진 모습이다. 2011년 KBS 26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5년차 개그맨 이상훈. ‘개콘’의 인기 코너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아직 중간도 안 된다”는 겸손한 평가를 내린다.
이상훈은 ‘개콘’의 중심이 됐다는 말에 손사래치며 “2011년에 공채 데뷔해서 이제 5년차다. 예전 같으면 ‘개콘’ 고참인데, 지금은 ‘개콘’이 고령화됐다. 나는 아직 중간도 안 된다”고 전했다. 또 인기 코너에서 큰 웃음을 서사하는 것에 대해 “한 번씩 흐름이 오는 것 같다. 제작진이 나를 믿어줘서 요즘에는 더 자신감 있게 하고 있다.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더 잘하고 싶다. 행복하게 개그하고 있다. 칭찬을 많이 듣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특히 이상훈은 ‘핵존심’ 코너에 합류하게 해준 멤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상훈은 ‘핵존심’의 중간에 투입됐다고.

“‘핵존심’은 내가 방송을 쉴 때 김기열 선배가 만든 코너다. 지금 멤버들과 같이 녹화를 했는데 통편집이 됐었다. 그래서 내가 들어갔다. 급하게 김기열의 추천으로 다 짜놓은 코너에 들어가게 돼 기존 멤버들에게 미안했다. 내가 하는 만큼 기존 멤버들이 못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열 선배가 그런 건 미안해 할 필요 없다고 했다. 안돼서 코너가 없어지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다행히 방송이 나가게 돼 함께 하고 있는데, 모든 멤버들에 고맙다.”
이상훈은 김기열이 특별히 자신을 추천한 이유로, 그가 그동안 선보였던 각종 캐릭터를 이유로 꼽았다. “통과된 적은 없지만 더티섹시 개그를 많이 했었다. 여장부터, 보기 혐오스러운 복장까지 허세를 부리는 자뻑남 캐릭터를 많이 했다. 기열 선배가 코너 검사할 때 그런 면을 캐치해서, ‘저런 역할은 상훈이가 어울릴 것 같다’고 추천했다. 그렇다고 실제 성격이 강하지는 않다. 우리 집에 놀러오면 아기자기하고 깨끗해서 사람들이 놀랄 정도다. 실제로는 약간 과묵하다. ‘개콘’ 내에서는 말수가 적고 진지한 편이다.”
또한 이상훈은 1년여 동안 큰 사랑을 받은 ‘시청률의 제왕’ 코너에 대해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시청률의 제왕’은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코너다. 실제 고생을 많이 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 사람들은 유행어가 많은 캐릭터를 기억해준다. 그런데 이건 맨날 다른 캐릭터고 방송에 얼굴이 안 나온 적도 있다. 그런데 실력을 늘려주고 공부하게 해준 코너다. 많은 분들은 그걸로 내 이름보다 얼굴을 많이 기억해줬다.”

이상훈은 '시청률의 제왕'과 '멘탈갑'까지 함께 했던 박성광의 도움으로 데뷔 2년차 때 슬럼프에 빠진다는 2년차 징크스를 벗어날 수 있었다면서, 그와의 남다른 사연을 털어놨다.
“2년차 징크스가 왔었다. ‘좀도둑’에서 김혜수 역할을 했었는데, 그때 정말 NG를 많이 냈다. 나는 그전까지만 해도 정장개그맨이라고 생각했다. 정장을 입고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망가지지 않는 개그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도둑들’ 코너에서 김혜수 역을 하면서 무대에 서는 게 창피했었다. 거울보기도 싫을 정도로 비호감이었다. 어느 날, 어떤 관객이 내가 등장하자마자 ‘머리 XX 커’라는 말을 했는데, 그걸 듣고 트라우마가 생겨 무대 공포증으로 이어졌다. 당시 신윤승 캐릭터가 좋았었는데, 내가 잘못해서 코너가 내려갔다. 도망가고 싶었다. 지금 그 코너를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여장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나도 내가 변할 줄 몰랐다.”
“그런 와중에 박성광 선배가 도움을 많이 줬다. 박성광 선배는 연기를 정말 잘한다. 선배에게 연기를 많이 배웠다. 분신처럼 행동했다. 조금씩 성장했다. 무대 위에서 자연스러워진 걸 많이 느낀다. 지금도 박성광 선배가 많이 도와준다. 내가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 동기 외에 술 마시는 사람은 박성광 선배다. 1년 넘게 같은 코너를 했는데, 당근과 채찍을 골고루 주는 선배다. 채찍을 더 많이 주기는 한다. 7대 3 비율이다. 개그맨이 되기 전부터 유일하게 알던 개그맨 선배이기도 하다.”
또한 이상훈은 평범한 인상으로 인한 고충도 털어놨다. “스타성이 없는 개그맨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김기리, 서태훈, 이문재는 얼굴이 호감이라 인기가 많은데, 나는 뭘 해도 잘 안됐었다. 그래서 주위에서 스타성이 없다는 말을 들었었다. 나도 사람들이 다가와서 사인해달라고 말 걸어주셨으면 좋겠다. 최근에 ‘개콘’ 무대에 오른 지 4년 만에 ‘이상훈 미끌이’라고 휴대폰으로 응원해주시는 분이 있었다. 연기하다가 흔들릴 정도로 울컥하고 감동이었다. 남자분이었다. 맨 앞에서 들어주셔서 감사했다.”

이상훈은 다소 주춤한 '개콘' 시청률과 다양한 반응 등에 흔들리지 않고 무대 위에서 웃음에 몰입하겠다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시청률은 신경 쓰지 않지만 반응은 신경 쓴다. 악플을 보면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그래도 도움이 되는 말이 있어서 본다. 처음에는 얼굴이 커서 비호감이라는 말도 많았는데, 그런 거에는 상처를 안 받았다. 무플 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생각이다. 스스로 최선을 다하자는 멤버들의 마음이 모이면 시청자도 알아주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하다보면 시청률은 따라올 것 같다. 시청률 보다 당장 코너 안에서 얼마나 웃길지 생각하고 있다.”
“항상 그 해의 목표를 정한다. 물리치료사를 할 때는 개그 프로그램 1회 출연이 꿈이었다. 1년 차 때는 신인상 후보에 오르는 거였고, 지금은 ‘개콘’을 쉬지 않고 매주 나오는 게 목표다. 또 CF도 찍고 싶다. 미끌이 캐릭터가 있으니 식용유 CF가 좋을 것 같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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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