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시간 가량, 배우 현빈의 원맨쇼가 펼쳐졌다.
현빈은 지난 25일 오후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극본 김지운 연출 조영광)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대립하는 두 인격, 구서진과 로빈의 연기를 실감나게 그려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방송은 특히나 구서진과 로빈에게 중요한 회였다. 구서진에게는 자신의 인격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그리고 로빈은 더 이상 허상이 아닌 자신이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내용이 그려진 것.

무엇보다 장하나를 연기한 한지민이 구서진과 로빈의 다중 인격장애 사실을 안 뒤 장흥으로 내려가 있었던 터라 이날 방송은 가히 현빈의 ‘원맨쇼’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먼저 조금은 까칠하고 시크한 구서진을 연기한 현빈은 장하나로 인해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과거를 알려고 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이날 구서진은 장하나에게 “당신 때문에 내가 변했다”라며 장하나에게 마음을 고백, 또한 방송 말미 “기다릴게. 돌아와”라는 무뚝뚝하면서도 진심이 뚝뚝 묻어나는 고백으로 여심을 흔들었다.
게다가 윤태주(성준 분)로부터 구서진의 인격이 소멸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듣고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로빈을 향한 메시지에서 “지금껏 널 없애려고 했다. 그래, 로빈 너는 나다”라고 인정하는가 하면 이수현을 향한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인터넷에 올려 정면돌파 시도에 나섰다.
구서진보다 더욱 혼란스러운 인격은 로빈이었다. 로빈은 자신의 동의 없이 다중 인격장애를 장하나에게 말한 구서진에게 화를 내고는 사라진 장하나를 찾아 헤맸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장하나에게 “나는 구서진과 다른 인격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나고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임을 강조했다.
주 인격이 되길 바라는 욕망도 생겨났다. 죽고 싶지 않아하는 인간의 본능을 이용해 구서진과 로빈을 이간질 시키는 윤태주의 계략에 로빈은 홀딱 넘어간 듯 했다. 항상 ‘구서진의 허상’, ‘구서진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 등의 말만 들어왔던 로빈에게 “구서진이 사라질 수 있다”라는 윤태주의 말은 달콤한 유혹이었다.
로빈의 트레이드 마크인 달콤함도 여전했다. 그토록 찾아헤맨 하나를 찾아낸 로빈은 곧장 하나에게 달려가 키스를 했고 이후 모닥불을 피워놓은 채 하나의 손을 꼭 잡은 로빈은 “내가 허상이면 지금 뛰고 있는 이 심장은 뭔데”라며 하나를 향한 달달한 고백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저마다 혼란에 휩싸인, 그리고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구서진과 로빈을 현빈은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연기를 펼치고 있다. 분명 같은 배우가 연기하는 것인데 얼굴만 같을 뿐, 아예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듯한 모습으로 매회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는 상황.
앞으로 구서진과 로빈, 두 인격의 대립이 시작되고 그것이 해소되는 과정 속에서 현빈의 디테일한 연기는 더욱 빛을 발할 전망. 과연 다중 인격장애가 해결되는 모습을 현빈이 또 어떻게 표현해낼지 기대가 모아지는 대목이다.
한편 ‘하이드’는 한 남자의 전혀 다른 두 인격과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삼각로맨스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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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