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에서 20-20에 가장 가까운 타자다. 예전에 김재현과 이병규(9번)가 했었던 것을 앞으로 (오)지환이가 해줄 것이라 믿는다.”
LG 트윈스 차명석 수석코치는 오지환(25)의 잠재력에 엄지손가락을 세우곤 한다. 이미 수비에서 도약, LG에서 대체불가가 된 오지환이지만, 아직 오지환이 보여줄 게 더 많이 남아있다고 믿는다. 지난해 해설위원을 하면서 오지환이 타석에 들어서면, 오지환의 잠재력을 강조하곤 했다. 다시 LG 유니폼을 입은 후에도 마찬가지. 차 코치는 스프링캠프에 앞서 오지환과 가장 먼저 개인 면담을 했다. 당시 차 코치는 “타율 3할을 목표로 삼지마라. 골든글러브를 올해 목표로 해라”며 오지환에게 정상을 응시할 것을 주문했다.
오지환은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상태다. 타격폼 수정을 단행하며 고질병이었던 컨택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오지환의 통산 타율은 2할4푼8리. KBO 역사에서 가장 극심한 타고투저였던 2014시즌에도 오지환의 타율은 2할6푼2리에 그쳤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던 지난 1월 28일 노찬엽 타격코치는 “지환이가 스프링캠프에 앞서 자신의 비디오를 지켜보면서 안 됐던 부분들을 파악했다. 지금은 그 부분들을 지워가는 과정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인내심과 지속성을 갖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도 진행속도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변화가 한 눈에 보일 만큼, 오지환은 과감하게 타격폼을 바꿨다. 가장 큰 변화는 타격 준비시 손의 위치. 지난해까지 이마 위에 자리했던 손이 귀 아래로 내려왔다. 그만큼 스윙 궤도가 줄어들었고, 히팅 포인트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아졌다. 흔들리면서 큰 원을 그렸던 오지환의 스윙이 간결해졌다. 슬라이드 또한 이전보다 짧아졌다. 종합적으로 보면, 교타자의 타격자세와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아직 정규시즌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남았다. 오지환의 타격폼 수정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이야기다. 오지환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양상문 감독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며 “지환이가 애리조나에서는 잘 안 맞았기 때문에 본인도 바뀐 타격폼을 확신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오키나와 실전에서 빗맞은 안타라도 나오면 자신감이 붙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다행히 실전에서 예전 타격폼이 나오면 곧바로 이를 느끼고 있다”고 기대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양 감독은 오지환을 1번 타순에 배치하고 있다. 오지환이 최대한 많이 타석에 들어서게 하고, 차세대 LG 리드오프에 대한 책임감까지 부여하려고 한다.
그런데 양 감독의 기다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지환은 지난 25일 요미우리전에서 2점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요미우리 에이스 스기우치에게 중전안타를 뽑았고, 5회초 세 번째 타석에선 구보를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네 번째 타석도 중전안타,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요미우리전이 끝나고 양 감독은 “지환이가 공수 모두에서 잘 해줬다. 타격 변화 중인데 노력이 효과를 보는 것 같아 다행이다.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웃었다.
오지환에게 프로무대는 시련과 변화로 가득하다. 고교시절 유격수보다는 투수로 많이 출장했던 오지환은 2009년 프로 입단과 동시에 야수로 전향했다. 1군 유격수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 많이 그라운드에서 굴렀지만, 밖에선 칭찬보다 비난이 그를 향하곤 했다. 확실한 유격수가 없었기 때문에 LG는 꾸준히 오지환을 1군 주전 유격수로 내세웠고, 이는 오지환에게 인내의 시간으로 다가왔다.
팀 사정상 당장 수비에서 자기 몫을 해야 했기에 타격보다는 수비 훈련의 비중을 훨씬 크게 가져갔다. LG 주장 이진영은 2014시즌을 마치고 나서 “지환이를 보면 ‘좀 더 여유를 갖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신인 시절부터 1군에서 매 경기 출장하다보니 자신을 위한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LG는 2013시즌부터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 마침내 암흑기에서 탈출했다. 오지환이 2년 연속 수비에서 도약하며 내야수비가 단단해졌고, 마운드도 리그 정상권으로 올라섰다. 젊은 타자들이 베테랑 선수들과 함께 폭발하면, 장상을 바라볼 수 있는 전력이다.
키는 오지환이 쥐고 있다. LG에서 가장 빠른 오지환이 타격폼 수정에 성공, 리드오프로 안착하면 LG의 득점력은 몰라보게 향상될 것이다. 오지환은 2013시즌 타율 2할5푼6리에도 30도루, 2014시즌에는 타율 2할6푼2리에 28도루를 기록했다. 양 감독은 “지환이는 선구안이 좋은 타자다. 스윙 궤도에 문제가 있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에 헛스윙을 했을 뿐이다. 컨택 능력이 좋아지면, 그만큼 타율도 올라가고 도루도 늘어날 것이다”고 예상했다.
2015시즌 LG의 베스트 시나리오는 오지환과 정성훈이 테이블세터를 이루는 것이다. 테이블세터 뒤에는 박용택과 두 이병규(9번·7번), 이진영 한나한 등이 대기한다. 오지환이 성장하면, LG는 쉴 틈 없는 상위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현재 KBO는 유격수 춘추전국시대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으면서, 새 얼굴이 2015시즌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할 확률이 높다. 통합 4연패 핵심전력이자 국가대표 유격수 삼성 김상수가 선두주자, 오지환은 김상수를 추격하는 상황이다. 김상수는 “지환이는 좋은 친구이자 경쟁자다. 손목 힘이 정말 대단하고 파워도 좋다. 밀어서도 홈런을 친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다. 서로 더 잘 됐으면 좋겠다”고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오지환이 20-20 잠재력을 증명한다면, LG는 대권도전을, 오지환은 유격수 골든글러브 레이스에 반전을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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