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마이애미야? 올랜도야?
올랜도 매직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홈구장 암웨이 센터에서 지역라이벌 마이애미 히트를 맞았다. 올랜도는 4쿼터 종료 36.7초를 남기고 7점을 앞서 승리가 확실시 됐다. 하지만 올랜도는 무명 헨리 워커에게 3점슛 두 방을 얻어맞고 연장전에 돌입해 90-9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올랜도와 마이애미는 플로리다주에 연고를 둔 두 개의 NBA 구단이다. 플로리다 중부의 올랜도에서 남부의 마이애미까지 자동차로 3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두 구단의 처지는 사뭇 달랐다. 비록 르브론 제임스(31,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떠났지만 마이애미는 NBA에서 손꼽히는 인기구단이다. 마이애미에는 아직 올스타 드웨인 웨이드가 건재하다. 크리스 보쉬가 폐혈전으로 시즌아웃을 당했지만 마이애미는 고란 드라기치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반면 올랜도는 내세울만한 슈퍼스타가 없다. 그나마 이름이 조금 알려진 선수가 덩크슛 컨테스트에 출전했던 2년차 가드 빅터 올라디포였다. 하지만 웨이드와 올라디포의 이름값에는 현저한 차이가 난다.
과거를 돌아봐도 샤킬 오닐, 앤퍼니 하더웨이, 트레이시 맥그래디, 드와이트 하워드 정도를 제외하면 올랜도에 슈퍼스타라고 할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올랜도 홈구장에는 아직도 샤크와 페니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다른 선수의 사진은 없었다. 올랜도 매직의 씁쓸한 현주소였다.

경기시작 두 시간 전부터 암웨이 센터 주변에는 마이애미 저지를 입은 팬들이 넘쳤다. 같은 플로리다주를 연고로 하다 보니 올랜도 주변에 살아도 마이애미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았다. 마이애미에서 3시간을 운전해서 온 팬들도 있었다.
경기 시작 후 드웨인 웨이드가 코트에 등장하자 관중석에서 야유와 환호가 반반씩 섞여 나왔다. 아무리 올랜도가 지역팀이라도 팬들이 스타 한 명 없는 팀을 응원하기란 대단히 어려웠다. 1쿼터 웨이드가 덩크슛을 성공시키자 경기장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웨이드가 파울을 얻어내자 박수를 치는 사람도 많았다. 경기장이 올랜도인지 마이애미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4쿼터 종료 21.7초를 남기고 홈코트의 에이스 올라디포가 자유투를 시도할 때 야유가 쏟아졌다. NBA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결국 올라디포는 자유투 2구 중 하나만 넣었고, 종료 2.1초전 헨리 워커의 극적인 동점 3점슛이 터졌다.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연장전 종료 16.6초를 남기고 웨이드가 쐐기 자유투 2구를 모두 넣자 환호하는 관중들이 많았다. 마이애미를 응원하는 관중들이 절반 가까이 구장을 점령했다. 이날 웨이드는 18점, 6어시스트로 마이애미를 승리로 이끌었다.

올랜도 팀 관계자는 “아무래도 플로리다에 살면서 인기구단인 마이애미를 응원하는 팬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올랜도에 내세울 슈퍼스타가 없는 상황”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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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미국)=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