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한 고효준, 진짜 모습은 지금부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2.26 16: 05

자리를 잡으려면 잘 해야 했다.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어깨를 짓눌렀다. 그렇게 ‘조바심’이라는 악령은 뒤에서 고효준(32, SK)의 몸을 잡아채고 있었다.
복귀 시즌에 대한 기대는 산산조각났다. 병역 의무를 마치고 SK 유니폼을 다시 입은 고효준은 지난해 21경기에서 2승5패 평균자책점 9.18에 그쳤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51이닝을 던졌지만 예전처럼 시원시원하게 타자를 압도하지 못했다. 복귀 첫 시즌이라는 근사한 면죄는 있었지만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임은 분명했다. “위기의 SK 마운드에 청량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치를 생각하면 더 그랬다.
고효준도 담담하게 인정한다. 고효준은 “작년에는 복귀 시즌이라는 생각에 급했던 것 같다. 자꾸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돌아봤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마음은 급했다. 머리와 몸이 따로 놀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실패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다시 뛰고 있다. 물론 달라진 마음가짐과 함께다.

몸에 특별한 변화가 생긴 것은 없다. 투구 매커니즘도 마찬가지다. 결국 변화는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된다. 고효준은 지난해와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 “심리적으로 많이 좋아졌다. 올해는 좀 더 차분하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손꼽았다. 좀 더 여유를 가지며 야구를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럴까. 마운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미소를 찾았다. 구단 관계자들도 “고효준의 얼굴이 많이 달라졌다”라며 기대를 걸 정도다.
눈앞의 경쟁은 치열하다. 고효준은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다용도 자원이다. 지금은 일단 선발진에서 경쟁한다. 김광현 윤희상, 그리고 외국인 선수 두 명을 생각하면 자리가 넉넉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이 스스로를 괴롭힐 정도의 부담은 갖고 있지 않다. 고효준은 선발진 진입에 대해 “다들 공이 좋아서 어찌될지 모르겠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마음가짐에서 넉넉함이 묻어나왔다.
일단 출발은 좋았다. 17일 한화와의 연습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2⅓이닝을 던지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피안타는 하나도 없었던 반면 삼진은 4개나 잡았다. 볼넷도 하나뿐이었다. 경기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지난해보다 훨씬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제구도 나아졌다”라고 입을 모았다. 제구가 잡힌 고효준의 위력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홀가분한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고효준의 진짜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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