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어쨌든 최선을 다해 도전해 봐야죠”
기자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던 정상호(33, SK)는 미소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 올 시즌 기대치에 대한 도전이다. 정상호가 이 기대치에 얼마나 부응하느냐에 따라 SK의 올 시즌 성적도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다. ‘주전 안방마님’ 공인을 받은 정상호가 최고 시즌을 향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었다.
김용희 SK 감독은 2015년 야수 라인업 구상을 비교적 일찍 확정 지은 편이다. 이명기와 김강민이 테이블세터를 이루고 중심타선에는 최정 박정권 브라운 이재원 등이 포진한다. 7번 타순에서는 2루수, 8번 타순에는 포수, 그리고 9번 타순에 유격수가 들어가는 구도다. 포수 포지션에 대한 구상도 미리 밝혔다. 김 감독은 “일주일에 6경기 정도를 한다면 정상호가 4경기, 이재원이 2경기 정도 선발 마스크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정상호의 비중을 높게 둘 것이라는 약속이다. 김 감독은 정상호의 수비력과 투수 리드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재원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정상호가 주전 마스크를 쓰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이런 비중으로 한 시즌을 소화하려면 적어도 90~100경기 정도는 정상호가 주전으로써 경기를 책임져줘야 한다. 체력 소모가 심한 포수 포지션의 특성을 감안하면 몸 관리에 대한 책임이 무겁다.
2001년 프로데뷔 후 통산 748경기에 출장 중인 정상호지만 잔부상이 많았다는 흠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박경완(현 SK 육성총괄)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후에도 자꾸 부상이 정상호의 탄탄대로에 지뢰로 작용했다. 2012년에는 78경기, 2013년에는 82경기, 그리고 2014년에는 100경기 출전에 그쳤다. 100경기 이상을 뛴 시즌은 2009년, 2011년, 2014년까지 세 번밖에 없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게 주위의 기대다. 한 구단 관계자는 “항상 부상이 많아 안타까웠는데 이번 겨울에는 큰 문제없이 훈련을 소화했다. 올해는 기대를 걸어 봐도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정상호 역시 “현재 컨디션은 좋다. 몸도 꾸준하게 만들고 있다”라며 의욕을 다졌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알고 있는 만큼 그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
타격도 관심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김용희 감독과 김무관 타격코치는 정상호의 장타력이 더 향상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8번 타순에서 일발장타를 쳐준다면 타선이 더 짜임새를 갖출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상호는 2009년 264타수에서 12홈런을 쳤을 정도로 힘 자체는 인정을 받고 있다. 당시의 성적 이상을 바란다고 가정했을 때, 정상호에 대한 기대치는 15홈런에서 20홈런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이에 대해 정상호는 “해봐야 알 것 같다. 특별한 지시까지는 없다”라면서도 “김무관 코치님께서 갖다 맞히는 스윙보다는 풀스윙을 강조하신다. 덩치에 맞게 스윙하라고 하시더라”라고 웃었다. 공교롭게도 정상호는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있다. 포수가 선발로 100경기에 나설 수 있는 내구성, 그리고 20홈런 가까이를 쳐줄 수 있는 장타력을 보유한다면 리그 최고 자리에도 도전할 수 있다. 시장에서의 가치가 폭등함은 물론이다. 정상호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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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