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들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오키나와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그 대상이다. 오키나와에 옹기종기 자리를 잡은 국내 구단으로서는 당연히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구단들의 움직임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오키나와는 일본의 최남단에 자리 잡고 있다. 겨울에도 온화한 날씨다. 2월 중순을 넘어가면 낮에는 반팔을 입어도 될 정도의 기후다. 그래서 한국 및 일본 프로야구단들이 전지훈련지로 애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 넥센, LG, SK, KIA, 한화까지 총 6개 팀이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최고 인기팀들인 요미우리와 한신을 비롯, 니혼햄, 야쿠르트, 히로시마 등이 오키나와에서 겨울을 났다.
그러다보니 연습경기 일정을 잡기도 수월하다. 한국팀들은 물론 일본팀들과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감각을 끌어올린다. 각 팀들이 오키나와를 최고의 2차 전지훈련지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다. 남는 야구장이 없어 들어오지 못하는 팀들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장점이 비에 상당 부분 씻겨 내려가고 있다. 아무리 팀이 많아도 비가 오면 경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오키나와는 2월 초 정도까지 비가 내리고 중순 이후로는 상대적으로 비가 덜 온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와도 소나기 정도다. 이른바 ‘오키나와 리그’가 시작될 무렵부터는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는 것이 요 몇 년 사이의 추세였다. 그런데 올해는 2월 말에도 비가 자주 내려 연습경기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에 ‘오키나와 무용론’까지 나오는 판이다.
실제 23일 SK와 넥센의 경기가 비로 취소됐고 24일에는 삼성과 넥센의 경기가 역시 경기 전 갑작스레 내린 폭우로 취소됐다. 25일에는 비교적 맑았지만 26일에 다시 비가 내렸다. SK와 니혼햄의 경기는 시작 1시간 전부터 내린 폭우로 열리지 못했다. KIA와 히로시마의 경기는 4회 노게임이 선언됐다. 그나마 오후 비 예보 때문에 시작 시간을 2시간 앞당긴 삼성과 넥센만 경기를 했다. 그러나 오락가락하는 비가 정상적인 경기를 방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경기 일정이 사라지면 예정된 경기에 마운드에 올라야 할 투수들이 손해를 본다. 보통 경기당 6~7명씩 등판을 하는데, 다음 경기에 예정되어 있는 선수들도 있어 마냥 미루기도 힘들다. 야수 쪽에서는 아무래도 젊은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연습경기에서 ‘새 얼굴’을 테스트해보려는 사령탑들의 구상도 꼬인다. 각 구단 감독들이 시즌 때 이상으로 일기예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각 구단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최대한 많은 연습경기를 치러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과 넥센은 24일 취소된 경기를 26일로 미뤘다. SK는 니혼햄과 합의해 27일 다시 경기를 하기로 일정을 조율했다. 자체 청백전을 고려하고 있는 팀들도 있다. 다행히 27일 이후로는 간헐적인 소나기 예보만 있을 뿐 날씨는 맑을 것으로 예보됐다. 다만 소나기도 양이 많을 경우 경기장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어 예단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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