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잘 하는 배우들의 촘촘한 합을 보고 있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보는 이를 극에 오롯이 몰입하게 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느 한 쪽도 미워할 수 없는 현빈과 성준의 본격적인 대결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서는 새로운 인격, 테리가 등장했다. 테리는 구하는 성격의 로빈에서 파생된 인격으로, 폭력적인 성향이다. 테리는 소멸하려던 로빈에게서 갑자기 생겨난 것으로 강박사(신은정 분)를 위협한 적 있다.
현재 서진(현빈 분)과 로빈이 하나(한지민 분)를 동시에 사랑하는 것처럼, 5년 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고. 당시 서진과 로빈의 사랑을 받던 여인은 이들이 한 인물, 다른 인격이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아 이들을 괴물 대하듯 하고 떠났다. 이에 로빈은 스스로 소멸하기로 결정, 강박사의 도움을 받으려 했지만 의도치않게 테리를 탄생시켰고, 이는 강박사를 위험하게 만들었다. 이 사건 이후 서진은 더는 다른 사람이 다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로빈이 자신의 안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철저한 생활을 했던 것이다.

이 같이 어마무시하고 충격적인 과거의 사건은 서진이 왜 그렇게 건강관리에 매달렸는지, 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필사적으로 내쳤었는지, 경호원들이 왜 로빈을 보고 총을 겨누었는지 등 극의 초반에 나왔던 다수의 설정을 모두 소화했지만, 이는 아쉽게도 영찬(이승준 분)이 하나 앞에 모든 사실을 줄줄 읊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영찬은 하나로 인해 달라진 서진의 모습에 들떠 하나를 믿고 과거의 사건을 모두 털어놓은 것. 그간 궁금증을 자아냈던 이들의 과거가 한 인물, 그것도 주변 인물의 대사로만 전달되는 것은 평면적인 장치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러한 빈틈을 메운 것은 역시 배우들의 열연이었다. 이승준의 입에서 5년 전의 사건이 줄줄이 쏟아져 나올 때, 성준과 마주한 현빈은 어떤 순간에 대한 답을 들으려는 성준의 유도신문에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모습으로 성준을 애타게 했다. 성준은 따뜻하고 지적인 표정에서 현빈의 눈치를 살피며 한순간 싸늘해지는 눈빛을 보이는 등 매 컷마다 다른 분위기를 풍겨내 감탄을 자아냈다. 현빈과 성준이 함께 있을 때는 누가 먼저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몰라 긴장감을 높였다.
또한 태주(성준 분)가 최면을 이용해 하나의 입을 열게 만들고, 그를 미끼로 로빈을 불러내는 설정은 어떤 것이 선이고 악인지 정의 내릴 수 없는 혼란과 불안감 속에서 독기를 내뿜는 성준의 서늘함이 현실감을 부여했고, 제3의 인격 테리를 처음 연기한 현빈 또한 서진의 냉철함, 로빈의 온화함과는 또 다른, 처음 보는 눈빛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며 각기 다른 인격을 완벽히 소화해 몰입도를 높였다.
‘하이드 지킬, 나’는 한 남자의 전혀 다른 두 인격과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삼각로맨스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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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지킬, 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