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현빈이 파괴적인 성향을 가진 제 3의 인격을 표현하면서 눈빛 하나로 안방극장을 제압했다. 그동안 ‘하이드 지킬, 나’에서 달콤하거나 까칠했던 이 남자는 모든 것을 없앨 것 같은 섬뜩한 인격을 고작 3분, 그것도 말 없이 눈빛으로 표현했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 12회는 구서진(현빈 분)을 최면으로 조종하는 윤태주(성준 분)의 계략으로 인해 서진의 제 3의 인격이 출현하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담겼다. 해리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서진은 그동안 달콤하고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성향의 로빈이라는 인격을 내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태주가 서진에게 제 3의 인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큰 위기가 닥쳤다.
바로 파괴적인 성향의 제 3의 인격을 최면으로 출현시킨 것. 3분의 시간이었다. 3분 동안 서진은 최면 때문에 무의식 중에 자신을 치료할 수 있는 강희애 박사(신은정 분)를 위협했다. 현빈은 이 과정에서 위압적인 눈빛과 움직이지 않는 입꼬리를 표현했다. 한 마디의 말도 없이 파괴적이고 위협적인 인격을 드러냈어야 했는데, 그는 짧은 순간에 안방극장을 설득시키는 연기를 했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 강 박사를 죽일 듯 노려보는 이 장면은 로맨스와 스릴러가 쉴 새 없이 오고가는 이 드라마의 긴장감 넘치는 순간이었다.

그 어떤 협박보다 매서운 눈빛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 시청자들을 걱정하게 하는 것. 이날 ‘하이드 지킬, 나’는 서진과 장하나(한지민 분)의 따뜻한 포옹이 안길 로맨스를 극대화하는 장치로 ‘스릴러’를 활용했다. 현빈은 지금까지 이 드라마에서 보지 못해 살벌한 눈빛은 물론이고 하나의 설득에 다시 착한 성향의 로빈으로 돌아오는 변화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동시에 현빈이라는 배우를 안방극장에서 악역으로 만나면 어떨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했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의 서늘한 눈빛과 웃지 않는 절제된 행동만으로도 충분히 섬뜩했기 때문. 이 장면은 현빈이 앞으로 연기의 폭을 좀 더 넓혀도 시청자들이 용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
현빈은 이 드라마에서 주로 두 가지 인격을 가진 남자를 연기하고 있다. 드라마가 부진을 겪고 있어 아쉬운 면이 있긴 해도 다양한 성향을 연기하는데 있어서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는 중. 멋있는 남자로서 매력적인 것은 물론이고 흡인력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제 ‘하이드 지킬, 나’는 서진을 무너뜨려야 하는 태주의 술수를 서진과 하나가 언제쯤 알게 될지가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서진과 하나의 로맨스가 본격화되고 태주의 악행이 끝도 없이 계속되며 향후 이야기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jmpyo@osen.co.kr
'하이드 지킬, 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