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착않여’, 맛있는 연기파 ‘병맛’ 코미디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2.27 09: 13

볼 맛이 난다. 어딘지 모르게 2%씩 특이한 캐릭터들과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독특한 내용 전개, 그 속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코미디까지. KBS 새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 연출 유현기)은 망가짐을 불사한 연기파 여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드라마다.
지난 26일 방송된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는 죽은 남편 철희(이순재 분)의 내연녀 모란(장미희 분)과 만나는 순옥(김혜자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순옥이 모란을 만나게 된 계기는 딸 현숙(채시라 분) 때문이었다. 현숙은 엄마 순옥이 평생에 걸쳐 모은 수억의 돈을 사기로 날려버렸고, 이를 다시 만회해 보겠다며 도박판에 뛰어 들었다 경찰의 단속에 걸려 도주를 하고 있던 상황. 아버지의 무덤에서 펑펑 울던 그는 자살을 하겠다며 유서를 써 놓고 쓰러졌고, 처음 만난 모란의 집에서 눈을 떴다.

무덤에서 현숙을 데려온 모란은 그를 살뜰하게 보살폈다. 어쩐 일인지 그는 과거 세컨드의 딸이란 이유로 파혼을 당했다며 현숙에게 자신의 인생사를 알리는가 하면 1년만 같이 살면 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돈을 날린 현숙에게 거액의 돈을 건네기까지 했다.
이에 현숙은 모란의 이름을 물었고 모란은 “그래요. 나, 철희 오빠가 사랑했던 그 여자”라며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모란은 과거 현숙의 아버지 철희의 내연녀였던 것.
이후의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였다. 현숙은 자신을 도와준 모란의 배웅을 받으며 돈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그는 ‘가다 배고프면 우동 한 그릇 사먹어라’, ‘추우니 옷을 꼭 입고 가라’며 눈물을 흘리는 모란의 모습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 어딘지 모르게 과장되면서도 코믹한 분위기가 흐르고 “혹시 내 친엄마는 아니죠”라고 혼잣말을 하는 현숙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집으로 도착한 현숙은 날렸던 돈부터 꺼냈다. “돈을 불려 왔다”는 그의 말을 가족들이 믿어줄 리 만무했다. 결국 현숙은 모든 사실을 알렸고, 순옥은 “장모란이 때문에 내가 평생을 어떻게 살았는데 그년한테 가서 돈을 받아”라고 오열하며 괴로워했다. 하지만 현숙에게 모란이 올해를 넘기기 힘든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그는 “니들 아버지가 사랑했던 여자인데 죽기 전에 한 번 봐야지”라고 말하며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현숙과 함께 모란의 집을 찾았다.
여기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모란의 얼굴을 바라보며 잠시 올라오는 감정을 참을 수 없어하는 듯 보였던 순옥은 끝내 그에게 다가갔다. ‘뺨이라도 치려나’ 생각되는 순간 올라온 것은 발이었다. 모란을 발로 ‘뻥’ 차버린 것.
이처럼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독특한 캐릭터들이 선보이는 코미디가 맛깔스러운 작품이다. 이 드라마의 캐릭터 하나하나에는 흔히들 ‘병맛’이라 부르는, 평범함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그리고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가 이런 특별함을 제대로 살려내며, 종국에는 웃음이 빵빵 터지는 코미디를 만들어낸다.
엉뚱한 웃음의 결과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일단 첫회보다 시청률이 상승했고, 현재 수목극 1위인 MBC '킬미힐미'와는  0.6%포인트 차밖에 나지 않는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기대감을 낳는다.
eujenej@osen.co.kr
'착하지 않은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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