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주기를 놓고 보면 야구 선수에게 오전 6시는 말 그대로 깜깜한 새벽이다. 훈련과 경기 일정 때문에 취침 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SK의 플로리다 전지훈련 당시 오전 6시부터 정적을 깨는 선수가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최정(28, SK)은 웨이트 기구와 씨름하고 있었다.
김용희 SK 감독은 지난해 가고시마 마무리훈련 당시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누차 강조했다. 여러 차례 강의도 하며 웨이트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그만큼 기초체력이 탄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 기조는 플로리다 전지훈련에서도 이어졌다. 너나 할 것 없이 웨이트에 열중했다. 그 중에서도 김 감독의 눈에 띈 선수 중 하나가 최정이었다. 6시부터 나와 땀을 흘렸다. 김 감독은 “최정이 ‘아침형 인간’이 됐더라”고 껄껄 웃었다.
“코치님과 아침 6시에 일어나 웨이트를 하기로 한 약속 때문”이라고 빙그레 웃는 최정이다. 하지만 그 약속이 중요한 것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다. 최정은 모든 관계자들이 극찬하는 성실한 선수다. 평소에도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한다. 특별한 뉴스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 지난해와는 방향이 완전히 반대였다.

지난해 웨이트의 방향이 장타력 증강을 위해 힘과 체구를 불리는 쪽에 있었다면, 올해는 살을 조금 빼는 대신 근육량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최정은 지난해 급격하게 불어난 근육과 체중 때문에 잔부상에 시달렸다. 더 잘 하고 싶은 욕심에 선택한 길이었지만 아주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올해는 변화를 선택했다. 극단적인 방법도 썼다. 최정은 “몸 상태를 완전히 밑으로 다 내려놨다”라고 떠올렸다.
체중도 6㎏을 뺐다. 사실 위험할 수도 있는 방법이었다. 몸이 한 번 처지게 되면 회복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정은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이런 극약처방을 썼다. 최정은 “아예 처음부터 다시 만들고 싶었다”라고 했다. 조바심도 내지 않았다. 몸 상태가 바닥까지 내려간 만큼 플로리다에서는 강도를 조절했다. 최정은 “다른 선수들이 10을 한다고 하면 나는 5정도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육체개조’라는 말이 떠올려질 정도의 혹독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긍정적인 면이 드러나고 있다. 최정은 “몸에 힘이 붙은 것 같다. 타구도 잘 날아간다”라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방식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창 좋았을 때의 몸으로 돌아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한 차례 부상에 시달린 만큼 그 부위를 관리하는 노력도 철저하다. 최정은 “오버페이스를 하면 다시 다칠까봐 최대한 조심스럽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리그 최고의 자리에 선 최정이 이런 혹독한 과정을 자청한 것은 자존심 회복과 관련이 있다. 최정은 지난해 부상에 시달리는 통에 82경기에서 타율 3할5리, 14홈런, 76타점, 7도루에 그쳤다. 성적은 좋았지만 결국 부상이 문제였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고 20-20 등 자신이 이어오던 기록도 거의 대부분 다 끊겼다. 한편으로는 FA시장에서 역대 최고액(4년 86억 원)을 경신하면서 책임감도 커졌다.
최정은 “현재 과정은 잘 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하면 몸이 편해졌다. 아프지 않고 풀타임을 뛰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면서 “기록에는 큰 목표가 없지만 꾸준한 성적을 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 끊긴 기록은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부상만 없다면, 최정은 리그 최고의 3루수다. 그리고 그 부상과의 악연은 서서히 멀어지고 있다. 육체개조로 달라진 최정의 올 시즌에 큰 기대가 걸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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