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밥이랑 싸우냐?”
SK의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 당시 선수들은 괴로운 표정으로 식탁에 앉아 있는 한 후배를 애처로운 듯 바라봤다. 맛있어서 먹는 것이 아닌, 무조건 먹어야 하는 것에 대한 안쓰러움이었다. 그 시선이 향한 곳은 박계현(23, SK)이었다. 박계현도 그런 현실이 괴로웠다. 하지만 반드시 이겨내야 할 중요한 싸움이었다.
박계현의 프로필상 신체조건은 181㎝에 77㎏이다. 리그 최정상급의 발을 자랑하지만 겉으로 봐서는 약간 호리호리하게 보이기도 한다. 사실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기도 하다. 박계현은 “고등학교 때 감독님께서 살을 찌워야 한다고 다른 선수들이 훈련을 나갈 때 밥 먹고 잠만 재우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과정을 계속 반복했는데도 살이 잘 안 찌더라”라고 떠올린다. 그런 박계현이 다시 난데없는 체중과의 사투를 벌인 것이다.

이유는 체력 때문이었다. 박계현은 지난해 프로데뷔 이후 가장 많은 62경기에 나섰다. 출장수는 적지만 1군에 머문 시간이 길었다. 성적도 좋았다. 제한된 출전시간에도 불구하고 타율 3할4푼1리, 7도루를 기록하며 SK 내야 세대교체의 기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힘이 부쳤다. 박계현은 “매일 경기에 나간 것은 아니지만 체력이 달렸다. 계속 뛰면 더 힘들 것 같더라. 그래서 몸을 만들어서 미리 대비하려고 체중을 불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라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말 그대로 먹고 또 먹고, 속이 거북할 때까지 먹었다. 그런 고통의 시간이 지나가자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 비하면 10㎏ 정도가 늘었다는 것이 박계현의 설명. 기초적인 몸이 만들어지자 그 다음부터는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렸다. 박계현은 최정 등과 함께 김용희 감독이 뽑는 ‘웨이트 장학생’이었다.
보통 체중이 늘어나면 발이 무뎌지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지만 박계현은 “그런 일은 없다”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계현은 “사실 처음에는 나도 걱정이 됐다. 내 장점이 발인데 체중 증가 때문에 그 장점이 퇴색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하지만 트레이닝 파트에서 순발력 운동을 병행하면 충분히 두 마리를 다 잡을 수 있다고 하더라. 그에 충실히 따랐고 발이 느려진 기분은 없다. 오히려 탄력이 더 받는 기분”이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처럼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올 시즌 “뭔가를 보여주겠다”라는 의지, 단 하나였다. 지난해는 기회를 잡기 위해 다소 조급했었다는 박계현은 차분하게 2015년을 바라보고 있다. 박계현은 “이대수 선배나 나주환 선배나 모두 훌륭하신 분들”라면서도 “나도 어떤 부분에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전이 되지 못해도 144경기 체제이기 때문에 언젠간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다. 선발 욕심은 없지만 기회가 오면 꼭 보여주고 싶다”고 다부진 의지를 드러냈다. 겨울 동안 성공을 위해 밥과 싸운 그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박계현의 2015년은 분명 어떠한 굵은 획을 그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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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