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오키나와 리그’에서 KIA가 고전하고 있다. 9번을 싸워 9번을 모두 졌다. 일각에서는 걱정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시선은 꼭 그렇지 않다. 패배에도 전혀 미동이 없는 김기태 감독의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이 성장통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KIA의 올 시즌 성적도 좌우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KIA는 27일 일본 오키나와 킨베이스볼스타디움에서 열린 넥센과의 연습경기에서 11-16으로 졌다. 이로써 오키나와에서 가진 연습경기 전적은 9전 9패로 더 안 좋아졌다. 최종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타선은 선전했다. 주전 선수들의 포함 여부를 고려했을 때 오히려 기대 이상의 페이스를 이어간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고질병인 마운드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연습경기는 연습경기일 뿐”이라고 말한다. 연습경기 성적이 시즌 성적에 포함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는 것을 좋아하는 선수나 감독은 없다. 그렇다면 오히려 그것이 자격미달이다. KIA의 최근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음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사뭇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김기태 감독의 뚝심을 이야기하며 이것이 성장통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그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지만 지금 성적에 너무 주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키나와 현지를 찾은 한 해설위원은 “KIA의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이 여러 그림을 그려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KIA의 전력이 포스트시즌을 장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좋은 결론을 찾을 수 있다면 시즌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행보에 주목했다. 한 감독도 “연습경기라고 하지만 연패가 계속되면 감독도 결과가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김기태 감독이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고 본다. 어찌 보면 그것도 대단한 일”이라며 김 감독의 뚝심에 주목했다.
실제 김 감독은 연습경기 결과에 그렇게 큰 신경을 쓰지는 않는 눈치다. 선발 라인업이 이를 증명한다. 경기 초반은 이름조차 생소한 선수들이 팀을 끌어간다. 주축 선수들은 경기 후반에나 잠깐 모습을 비추는 정도다. 이닝 중 투수교체도 없다. 굳이 연패를 끊겠다면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도 된다. 하지만 이미 최대한 많은 투수들을 확보하는 것을 이번 캠프의 목표로 삼았던 김 감독이다. 투수들은 던지면서 배우는 것이 있다. 김 감독도 인내심을 가지고 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KIA와 맞대결을 한 한 베테랑 선수는 “프로에 올 정도면 다들 기본적인 실력은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사실 실제 맞대결 했을 때 구위 측면에서 KIA의 젊은 선수들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직은 경기운영이 미숙한 점이 있다. 오키나와에서 많이 맞을수록 깨닫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올해든, 그 다음이든 눈이 트이는 것은 한 순간일 수도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실상 리빌딩에 나선 KIA의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는 나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연습경기가 국내에 중계되고 팬들과 취재진의 관심도 몇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진 시대다. 조바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미동조차 없다. 묵묵히 참고 기다리며 시즌을 지켜보고 있다. 지금 KIA에게 필요한 것은 연습경기 승리보다는 장기적인 팀 리빌딩의 초석이다. 현장에서도 결과보다는 이런 측면에 더 주목하고 있다. KIA가 애당초 꿈꿨던 성과를 가지고 오키나와를 떠날 수 있을까. 그 성과는 연습경기 성적이 아닌 시즌 성적이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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