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버린 박민호, SK 핵잠수함 출격 준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2.28 13: 01

다르다는 것이 틀리다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걸어간 길은 안전할 수 있지만, 남들을 추월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럴까. SK의 신예 잠수함 박민호(23)도 다름을 선택했다. 세 가지를 비우며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하는 박민호의 모습에서 남다른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인하대를 졸업하고 2014년 SK의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은 박민호는 지난해 팀 마운드의 발견 중 하나였다. 신인들이 프로 문턱을 뚫기 어려운 시대에 1군에서 17경기에 나섰다. 7월 9일 KIA전에서는 선발 출격해 감격적인 프로 첫 승을 낚았고 2승3패 평균자책점 5.46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찬란하게 빛나는 성적은 아니지만 분명 가능성을 내비친 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선수로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박민호도 마찬가지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으로 시즌 전체 운영을 잘못했다고 털어놨다. 박민호는 “지난해 오키나와 캠프 당시의 영상을 다시보기로 봤다”라고 운을 떼더니 “말 그대로 난리를 쳤더라”라고 웃었다. 캠프 초반부터 너무 전력으로 달렸다는 의미다. 박민호는 “시즌은 42.195㎞의 마라톤인데 나는 100m를 전력으로 뛰는 것 같이 1㎞를 뛰었다. 결국 힘이 빠졌다. 일관성이 부족했다”라고 떠올렸다.

신인 선수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점으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다. 그럼에도 정작 자신이 같은 우를 범했다는 것이 못내 속상한 듯 했다. 하지만 경험이 생겼고 올해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근력을 불리기 위해 살을 찌우는 선수들도 있지만 오히려 박민호는 6㎏를 뺐다. 먹기만 해도 살이 찌는 체질임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낸 성과는 몸소 느끼고 있다. 박민호는 “지난해는 몸이 무거운 감이 있었는데 올해는 한결 가볍다”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구종은 줄였다. 모두가 새로운 구종을 연마하려고 하는 추세를 정면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행보다. 박민호는 “원래 직구, 싱커, 슬라이더, 커브, 서클체인지업을 던졌다. 하지만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슬라이더는 버렸다. 대신 커브를 집중적으로 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신인투수가 자신의 자산을 과감히 버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역시도 박민호의 담대한 배포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체중, 구종에 이어 욕심도 버렸다. 박민호는 “지난해는 욕심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 우리 팀 투수진이 너무 좋다. 물론 1군에 있고 싶지만 욕심을 상당 부분 버렸다”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프로는 욕심만 부려 될 무대가 아니라는 것을 1년 만에 깨달은 듯 했다. 대신 가장 마지막에 빛나고 싶다는 의지는 숨기지 않았다. 박민호는 지난해 31⅓이닝을 던져 신인왕 자격을 잃은 것에 대한 질문에 “차라리 잘 된 것일 수도 있다. 미국 영화 시상식을 보면 신인상이 없더라. 너무 빨리 빛을 보면 빨리 질 수 있다”며 의젓하게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지레짐작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야쿠르트의 마무리캠프에 합류해 여러 가지를 몸소 배우고 온 박민호는 SK 투수진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선수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연습경기 성적도 좋다. 3경기에서 5이닝을 던지며 딱 1실점을 했다. 묵직한 구위, 대담한 심장 등을 갖춰 올 시즌 불펜에서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세 가지를 버린 박민호가 다른 긍정적인 요소로 그 빈자리를 채워나갈 수 있다면, SK의 잠수함 전력도 극대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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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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