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자 최초 2000안타를 노리는 홍성흔(39, 두산 베어스)의 생존전략은 올해도 한 방이다.
홍성흔은 2015 시즌에도 두산의 중심타선에 버틴다. 클럽하우스 리더이기 때문에 출전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홍성흔은 지난 시즌 124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 20홈런 82타점으로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타율과 홈런, 타점 모두 1년 전과 비교해 상승했고, 지명타자 자리는 더욱 굳건해졌다.
지난해까지는 주장으로 활동해 팀 전체를 봐야 했지만, 지금은 홀가분해졌다. 그래도 아직 완전히 다 내려놓지는 못했다. 오재원은 잭 루츠가 계약했을 당시 외국인 선수를 어떻게 이끌어가겠냐는 질문에 “홍성흔 선배님이 다 해주실 것이다”라고 했고, 홍성흔은 실제로 루츠를 가장 잘 도와주고 있다. 루츠는 국내 선수들 중 누가 적응에 큰 도움을 주고 있냐고 묻자 주저 없이 “홍(성흔)”이라고 답했다.

동료들과 함께 호흡해 나가는 주장으로서의 습관이 아직 남았지만, 이제는 한 명의 선수로 해야 할 일에 조금이나마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우리나이로 마흔이 된 만큼 배트 스피드나 체력 등이 조금씩 떨어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만, 홍성흔은 여전히 시간과의 싸움에서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고민은 해야 할 시기다. 홍성흔은 “나이를 먹으면 정확성과 파워 중 무조건 하나는 잃게 되어 있다. 배트 스피드가 느려지고, 파워 포지션에서 힘을 싣기 힘들어진다”고 밝혔다. 홈런 욕심을 버리고 교타자로 남을지, 정확한 타격을 일정부분 포기하고 한 방 있는 타자로 커리어를 마무리 해나갈지는 많은 베테랑 타자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홍성흔의 선택은 명쾌하다. 매 타석에서 시원한 풀스윙을 보여주는 홍성흔은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온다 해도 장타력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장타를 공부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 선수들의 비디오를 보면서 어떻게 타구를 띄우는지 생각해본다. 정확한 타격과 장타 중 선택하라면 무조건 장타다”라는 것이 홍성흔의 의견이다.
원하는 것이 분명해 트레이닝 파트에도 파워를 지킬 수 있는 운동을 시켜달라고 요청했다. 홍성흔은 “순발력과 근력 위주로 운동할 수 있게 이병국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정말 몸을 잘 만들어줬다. 애리조나에서는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이 좋아서 운동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다"며 이병국 트레이닝 코치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이병국 코치의 도움 속에 홍성흔은 살은 쏙 빼면서 근육양만 늘렸다. 홍성흔은 “현재 3kg 정도 빠져 97kg가 됐다. 시즌 때도 97~98kg 정도 된다. 여기(미야자키)에서 1kg 정도 빠진다고 하니까 한국에 가서 많이 먹고 운동하면 적정 체중이 된다”고 전했다. 몸 관리 노하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만큼 한국으로 돌아가면 새로운 시즌을 위한 최적의 몸이 만들어질 것이다.
타석에서는 찬스 해결을 위해 나서지만, 타석 밖에서는 주장 오재원을 후방에서 지원한다. 전직 주장인 홍성흔은 “주장이 되면 자연스럽게 쓸 데 없는 것들이 빠진다. 재원이는 다음어지지 않은 원석 같다. 주장을 하면서 책임감, 전체나 상대를 배려하는 능력이 생길 것이다”라고 말하며 새 주장 오재원에게도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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