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리포트] "멘붕입니다" 황대인, 시련의 프로 적응기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03.01 06: 01

"멘붕입니다".
지난 27일 KIA와 넥센의 연습경기가 펼쳐진 오키나와 긴베이스볼스타디움. 주목받는 고졸루키 황대인(19)이 3루수로 선발출전했다. 이범호가 주전이지만 이날은 황대인의 수비능력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기용했다. 황대인은 2루수 훈련도 병행했다.
여러 개의 타구가 그에게 갔다. 열심히 볼을 쫓았지만 어색한 장면들이 보였다. 유격수 뜬공인데도 콜을 하지 않고 다가서는 바람에 충돌이 일어날 뻔 했다.  3루 선상으로 빠지는 타구를 쫓았으나 글러브를 대는 순간 베이스를 맞고 튕겼다. 너무 여유있게 송구하다 타자를 살려줄 뻔 했다. 타격도 그렇지만 그에게 수비는 아직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결국 황대인은 28일 오전 훈련에서 특별 수비훈련을 받느라 초주검이 됐다. 김민호 내야 수비 코치의 혹독한 조련을 받고 있다.  점심이 되서야 겨우 숨을 돌린 황대인은 "수비 때문에 멘붕입니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고졸루키답지 않는 농담이었다. 이어 진지한 얼굴로 "프로 선배들의 타구들이 강하고 빠르다. 구장의 그라운드도 매끄럽지 못해 타구의 바운스를 어떻게 맞출지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웠다.
황대인은 수비로 본다면 초짜 가운데 초짜이다. 그래서 김민호 코치에게서 숱한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코치는 가장 시급한 문제로 타구에 대한 적응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인이에게는 고교시절 받았던 타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볼도 빠르고 플라이도 더 높고 변화가 심하다. 타자들의 성향도 아직 모른다. 예를들어 넥센의 서건창이 얼마나 빠르고 어떤 타구를 날리는지 체험하지 못했다. 타자들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적절한 수비대응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시작이다.  오키나와 캠프 연습경기에서도 실전으로 수비로 나선 경우는 5경기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려면 1군이든 2군이든 실전을 통해 겪는 수 밖에 없다. 실전에서 많은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실하고 열심히 하기 때문에 수비도 좋아질 것이다. 그의 선배 안치홍은 고졸루키 당시 실전기회를 많이 부여받아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타격은 어떨까. 김기태 감독은 황대인의 타격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박흥식 코치는 삼성 박석민의 신인때와 견주어 "대형타자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오키나와 실전에서도 9경기 모두 내보내며 계속 기회를 주고 있다. 내심 미래의 1군 주요 전력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과는 프로의 벽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역시 빠른 볼과 변화구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정교한 제구력과 변화구가 예리하고 볼끝의 변화가 좋은 일본투수들 볼까지 상대했으니 오죽했으랴.
황대인은 오키나와 실전 9경기에 선발 또는 교체 멤버로 모두 출전했다. 타격성적은 22타수 3안타, 타율 1할3푼6리,삼진만 13개를 당했다. 빠른 볼에 대응이 늦기도 하고 변화구에 헛스읭으로 물러난다. 어쩌면 타격에서도 혹독한 시련의 주사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입에서 멘붕이라는 단어가 절로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그의 눈빛이 팔팔하게 살아있다.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오기까지 엿보인다. 황대인이 대물의 길을 갈 것인지 참으로 궁금해지는 2015년 오키나와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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