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중, 착한 신하경이 문제였다는 누군가에게 [인터뷰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3.02 06: 59

종영한 SBS ‘펀치’에서 김아중(32)은 주요 인물 중 유일하게 선한 인물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혹은 성공하기 위해 서로를 물어뜯는 이야기가 전개된 가운데, 정의로운 검사 신하경을 연기한 김아중은 아무래도 다른 인물에 비해 강렬함이 덜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자 주인공, 게다가 톱스타인 김아중이 다른 드라마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다는 아쉬운 시선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 그런데 정작 배우 본인은 처음부터 악한 성향을 가진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것을 알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경수 작가는 처음부터 김아중에게 신하경이라는 인물이 끝까지 선할 것이고, 이 때문에 다른 인물에 비해 중반에 밋밋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본 결말대로 하경이가 썩어빠진 세상의 한줄기 희망 같은 존재로 마무리 될 것이라는 귀띔과 함께 말이다.
“‘펀치’는 연기를 하기까지 치열하게 고민을 해야했고, 그 고민이 정말 재밌고 행복했던 드라마였어요. 많은 분들이 제가 아쉬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전 하경이가 끝까지 선했기 때문에 드라마가 완성된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작가님이 끝까지 하경이를 착하게 그려주길 바랐어요. 박정환, 이태준처럼 욕망에 기반한 권모술수를 부리고 통수열전에 합류하면 캐릭터가 훼손되는 듯한 느낌이 있었을 거예요. 작가님이 하경이라는 인물에 애착이 많았고, 그것을 잘 완성하신 느낌을 받아서 좋았어요.”

그래도 배우로서 작품에서 돋보이고 싶지 않았을까. 김아중은 자신이 눈에 확 띄는 것보다 좋은 작품에서 연기를 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성취감을 느꼈다.
“제가 도맡아서 끌고 가는 작품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님과 감독님이 이야기하셨듯이 하경이가 있어서 ‘펀치’는 존재했다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욕망대로 움직인다 했을 때 누군가는 선한 인물로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작가님께 드라마 출연하기 전에 악한 인물이 매력적인데 정의롭기만 하면 매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여쭤봤었어요. 작가님이 ‘하경이는 매력으로 승부하는 캐릭터가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시청자와 거리 조절을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죠. 하경이가 정의롭게 행동을 해서 시청자의 공감을 떨어뜨리고 거리가 멀어지는 순간이 있었다면, 분명히 시청자와 거리가 가까워지는 순간도 있었어요. ‘예린이를 위한 세상을 만들자’라고 했던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줬다고 생각해요.”
욕심을 버리고 진짜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갈망만 가지고 시작했다. 남자 배우에 비해 여자 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의 폭이 좁은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김아중은 ‘펀치’로 연기적인 자유를 느꼈다.
“다른 배우들이 이 드라마를 어떻게 분석하는지,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었어요. 그게 정말 재밌었죠. 어떤 인물에 초점을 맞춰 보느냐에 따라 드라마가 완전히 다른 색깔로 다가왔으니까요. 배우마다 연기 해석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연기가 참 재밌다는 생각을 했죠. 저도 선배님들처럼 연기를 오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소처럼 일하고 싶어요. 어떤 작품이든 ‘펀치’처럼 좋은 구성원이 됐으면 좋겠고요. ‘펀치’로 인해 다음 작품의 선택이 좀 편해진 것도 있어요. 어떤 작품을 하든 폭이 넓어진 듯한 느낌이 들어요.”
김아중은 ‘펀치’ 1회 대본을 보고 바로 이 작품을 선택했다. 배우로서 주목을 받지 못한다 해도 박경수 작가의 드라마라면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야말로 작가의 글에 첫 눈에 반했다.
“기가 막힌 짜임새였어요. 남자(이태준)와 남자(박정환)가 진한 멜로를 보여주는데 위태로워보였고, 남자(박정환)와 여자(신하경)는 싸울수록 가까워지는 오묘한 관계였죠. 제가 연기할 신하경이라는 캐릭터보다는 작품 전체가 그려내는 인물 관계가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작가님의 글을 보고, 그리고 작가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첫 눈에 반했어요. 작가님이 작품 설명을 쭉 해주시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설명에 덧붙여서 물어볼 것도 없고 내 연기나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인 같았죠.” 
귀신에 홀리듯 ‘펀치’에 출연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후 김아중은 고민이 많았다. 일단 정상적인 문장 순서가 아닌 박경수 작가의 도치법이 편안하게 다가오기까지 어려움이 있었다.
“정말 대사 중에 그냥 흘려보내는 말이 없어요. 불필요한 단어를 다 빼고 핵심만 담겨 있죠. 또 상대방의 호칭으로 마무리가 되잖아요. 일반적인 문장에 필요한 요소들이 뒤엉켜 있거나 한 두가지가 빠져 있어서 초반에 힘들었죠. 방송 한 달 반 전쯤 출연이 결정됐어요. 대본을 공부할 시간이 없었죠. 또 검사 역할이다보니 사건을 설명하는 일이 정말 많았어요. 물론 ‘예린이를 위한 세상’과 같은 대사는 금방 외워졌는데 사건 관련 대사는 쉽지 않았죠.”
임하는 각오부터 달랐다. 100점 만점까진 기대하지도 않았다는 게 김아중의 솔직한 고백이다.
“대본 그대로, 대본에 나와 있는 것 그대로라도 정확하게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혹시나 대본을 변질할까봐 한 장면 한 장면 완벽하게 연기하고 싶었죠. 쓸 데 없이 힘이 들어갈까봐, 혹시나 감정 표현을 온전히 하지 못할까봐 고민과 아쉬움이 컸죠. 이렇게 많이 고민을 한 것은 처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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