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 ‘내일의 지터 꿈꾼다!’ 양키스맨 박효준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3.01 05: 58

“4년 안에 꼭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겠습니다.”
지난해 7월 한국인 최초로 뉴욕 양키스와 곧바로 계약금 116만 달러(약 12억 7565만 원)의 조건에 입단계약을 체결한 고교생이 나타나 화제였다. 주인공은 야탑고 졸업반 박효준(19)이었다. 184cm, 76kg의 잘빠진 몸매에 장타력까지 보유한 박효준은 단번에 양키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OSEN은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본격적으로 미국무대에 도전할 박효준을 지난달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 현지에서 만났다.
▲ 휴대폰도 없고, 자동차도 없는 미국생활

지난 17일 미국으로 건너온 박효준은 탬파에 소재한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캠프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마이너리그 스프링캠프는 시작하지 않았다. 팀에 합류한 박효준은 동료들과 어울리며 서서히 몸을 만드는 단계다. 박효준은 짧은 시간에도 동료들과 잘 어울리며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박효준은 “제가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이라 적응에 큰 어려움은 없어요. 인종차별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것은 없었고요. 다들 ‘내가 뉴욕 양키스 선수’라는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인종을 떠나서 실력이 있으니까 뽑혔을 거라는 거죠. 제가 여기서 가장 어린 선수예요”라면서 해맑게 웃었다. 아직 영락없이 고교생 티를 벗지 못한 어린 청년이었다.
현재 박효준은 자동차와 미국 휴대폰 없이 구단에서 제공해준 모텔에서 통역 이승원 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따로 렌터카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에 박효준은 구단버스에 몸을 싣고 모텔과 훈련장을 오가는 다소 심심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미국은 자가용이 없으면 발이 묶여 물 한 병 사마실 수 없는 곳이다. 덕분에 박효준은 아직 미국 핸드폰도 개통하지 못했다고. 마트에 가고 싶으면 양키스에서 함께 지내는 일본인 친구 고스케에게 부탁을 하고 있다.
긍정적인 성격의 박효준은 웃으며 “한국나이로 성인이 돼서 운전면허도 땄어요. 작년에 한 달 동안 교육리그에 참가할 때는 구단에서 렌터카를 제공해줬어요. 올해는 제가 직접 빌리려고 합니다. 제가 양식을 좋아해서 음식도 입에 맞고 적응하는 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똑같은 곳만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영어를 쓸 일이 없어 걱정입니다. 통역 형에게 영어를 많이 배우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양키스가 제공해준 모텔에 대부분의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함께 생활을 하고 있었다. 기자가 직접 둘러본 숙소시설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다만 오는 7일 스프링캠프 개시 전까지 구단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게 불편한 점이었다. 박효준은 훈련을 마치고 오후에 숙소에 오면 대부분 영어공부와 휴식으로 하루를 보낸다.
▲ 양키스는 달라도 뭔가 다르다!
최고들만 모인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양키스는 명문 중의 명문이다. 그런 양키스는 왜 박효준을 원했을까. 박효준의 통역으로 아시아지역 스카우트까지 담당하는 이승원 씨는 “효준이는 타격이 좋은데다 수비까지 잘해요. 스피드도 빨라서 주루플레이도 능하고 체격도 미국선수 못지 않거든요. 한마디로 모든 것을 다 잘하는 ‘5툴 플레이어’의 재능을 양키스에서도 높이 샀습니다”라고 전했다.
전세계에서 야구 유망주를 수집하는 양키스지만 박효준을 특별히 아끼고 있다. 마이너리그 캠프에 모인 선수들 중 박효준은 최연소 선수다. 그만큼 구단에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박효준의 대우는 마이너리거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계약이다. 마이너리거들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양키스는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야구방망이, 글러브 등 모든 용품을 전부 구단에서 제공하고 있다. 최고의 선수를 키워내겠다는 자부심이다.
박효준은 “한국에서 워낙 운동량이 많다보니까 미국에 와서 처음 운동하곤 ‘뭔가 적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웨이트 트레이닝을 더하고 싶은데, 오후에 남아서 훈련을 하겠다고 하니까 못하게 했어요. 그래서 오후에 개인적으로 일반 헬스장에 나가서 훈련을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구단에서 알더니 ‘거기서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며 혼이 났어요. 알고 보니 제 나이가 아직 어려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무리하게 하면 몸에 무리가 올 수 있어서 자제를 시킨 것이었어요. 양키스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죠”라고 비화를 소개했다. 양키스는 박효준을 팀의 미래로 보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해주고 있었다. 
▲ “4년 안에 꼭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겠습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다. 한국에서 최고 유망주였던 박효준도 미국무대에서는 초짜다. 아직 미국문화도 낯설고 프로자체도 처음이다.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박효준은 젊은과 패기 하나로 여러 어려움들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국에서 최고였던 만큼 아직까지 야구에서 어려운 점은 없다고 한다. 박효준은 “막상 부딪쳐보니까 기술적으로 크게 다른 점은 없었어요. 다만 힘이 좋더라고요.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더 높은 레벨의 리그에 올라가면 다른 문제겠죠. 스프링캠프에서 하는 걸 봐서 구단에서 어떤 레벨의 리그에서 뛰게 할지 결정할 것 같아요. 아마도 싱글A에서 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마이너리그는 결코 녹록하지 않은 무대다. 박효준은 아직 자신의 한계치를 느껴보지 못했다. 국내서 항상 최고였던 선수가 처음 시련을 겪었을 때 어떻게 극복해낼지가 가장 중요하다. 박효준은 대선배 추신수(33, 텍사스 레인저스)와 이학주(25, 탬파베이 레이스)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박효준은 “추신수 선배님은 정말 존경스러워요. 직접 마이너리그에 와보니 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저도 꼭 그렇게 되고 싶어요. 이학주 선배님은 저랑 똑같이 유격수를 보시잖아요. 더 여쭤보고 배우고 싶은 게 많습니다. 그런데 아직 두 선배님 연락처가 없어요. 꼭 직접 찾아뵙고 싶어요”라며 선배들에게 존경심을 보였다.   
OSEN은 같은 날 탬파베이 스프링캠프에서 이학주를 만났다. 박효준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양키스를 갔다니 부럽다. 하하. (박)효준이가 야구를 잘하는 것보다 감독, 코치님께 인사 잘하고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그래야 정도 들고 동료애도 생겨서 기량이 빨리 늘 수 있다. 박효준을 직접 보지 못했지만, 재능이 있는 만큼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미국무대서 목표를 물었다. 박효준은 “4월 7일이 제 생일인데 시즌이 개막하거든요. 느낌이 좋아요. 일단 차근차근 주어진 리그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3년 뒤에는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들고 싶고, 4년 뒤에는 꼭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어요”라고 당차게 대답했다. 
한국선수가 핀 스트라이프를 입고 양키스타디움에서 주전으로 소개되는 영광의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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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미국)=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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