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와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는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닮은꼴 음악 예능프로그램이다. 시간대도, 방송 날짜도 다르지만, 두 방송사를 대표하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벌써 수년 째 피할 수 없는 비교를 당하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중 역시 '나가수'파와 '불후'파로 나뉜다. 원조격인 '나는 가수다'를 지지하는 시청자들과 비교적 꾸준하게 대중 앞에 선 '불후'를 응원하는 시청자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MBC '나는 가수다3'는 오랜 만에 시즌3로 다시금 전파를 타게 됐다. '나는 가수다'의 귀환에 많은 이들이 큰 기대감을 내비쳤으나 방송도 전에 이수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고 의도치 않게 '나는 가수다3'는 등장부터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후 공개된 '나는 가수다3'의 라인업은 '불후의 명곡'에 출연했던 일부 출연자들이 포함되어 있어 '나는 가수다'의 원조 팬들을 다소 실망시키기도 했다.


'나는 가수다3' 출범 초기에는 논란과 라인업 등 이슈로 KBS 2TV '불후의 명곡'와 종종 비교가 됐다. 그러나 방송 5주차가 지난 지금, '나는 가수다3'는 전설을 노래하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전설을 '만드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의 입지를 확고히 한 모습이다. 지난 2011년 처음 '나는 가수다'가 등장했을 당시 음악에 집중하겠다는 초심을 지킨 채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하는 연출은 여전히 보는 이들을 감동시켰다. 출연자들이 이전 시즌보다 다소 대중 친화적이 됐을지언정, 음악에 할애하는 정성만큼은 역대 최고인 모습이다. 또 같은 출연자라 할지라도, 가수를 음악으로서 재평가 받게 하는 것은 역시 '나는 가수다'가 월등히 앞선 모습이었다. '나는 가수다3'의 정지찬 음악감독에 따르면, 가수들이 원하는 편곡과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수많은 실험과 과정을 거친다. 또 이들은 보다 더 좋은 소리를 위해 유선 마이크를 사용하는 등 세심한 요소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
'나는 가수다3'의 연출을 맡은 강영선 PD는 "제작비가 이전 시즌보다 줄었다. 그러나 음악에 쏟는 비용은 오히려 비중이 더 늘어났다. 그만큼 가수들을 음악으로서 다시 재평가 받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바로 음악이다. 웃음보다는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나는 가수다3'의 장점이 음악성과 노래라면, 대항마로 첫 출범했던 '불후의 명곡'은 지극히 대중 친화적이다. 음색 보다는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노래에 더 중점을 맞추고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렇다보니 출연하는 가수들 역시 부담감은 '나는 가수다'보다는 훨씬 덜하다. 이에 출연 가수들 역시 퍼포먼스에 더 집중하는 경우도 있고, 더 좋은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강렬한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에 오롯이 노래로만 승부하는 무대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불후의 명곡'의 거리감을 좁힌 구성과 연출은 토요일 황금 예능 시간대를 오랜 기간 지킨 비결이자, 유쾌한 음악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비결이 됐다. 무대를 비추지 않는 시간에는 대기실에서 가수들이 개인기를 보여주기도 하고, 농담을 던지기도 하며 예능적인 측면도 함께 챙긴 모습이다. 또 투표수를 통해 바로 탈락자가 결정됨에도, 순위를 매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훈훈하게 무대를 내려갈 수 있는 것 역시 차별점이다. '듣는' 음악 보다는 '보는' 음악에 더 치중하고 있는 것.
이에 '불후의 명곡' 연출을 맡고 있는 권재영 PD는 "시청자 중심의 프로그램이다. 부르는 사람 위주보다는 듣는 사람 위주의 프로그램이다. 연출진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도 선곡이다"라고 밝혔다. 주말 저녁,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유쾌한 무대가 '불후의 명곡'에서 계속해서 펼쳐지는 이유다.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잣대는 사람마다 다르다. 정통 음악 프로그램으로서 소리와 음악에 온전히 집중해 전설을 만들어 내느냐, 예능적인 측면을 가미해 웃음과 실력이 두루 펼쳐지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냐에 따라 시청자들이 느끼는 재미도가 달라진다. 화제성 면에서 앞서는 '나는 가수다3'와 시청률 면에서 앞서고 있는 '불후의 명곡'은 여전히 보는 이들의 관점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게될 테다. '듣는' 음악이냐 '보는' 음악이냐에 대한 대중의 다른 시각은 두 음악 프로그램에 대한 팬덤을 더욱 팽팽하게 맞서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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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