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앙코르가 더욱 뜨거운 법이다. 극에 달한 아쉬움으로 가수는 마지막을 불사르고, 관객은 남은 함성을 모두 쏟아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에너지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5년 만에 팬들의 곁으로 돌아온 서태지는 '앙코르 콘서트'로 약 4개월 간의 이번 활동을 화끈하게 마무리했다.
서태지는 1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 경기장에서 개최된 '콰이어트 나이트' 앙코르 공연을 가지고 5000여 명의 팬들과 만났다. 공연이 시작되자 뜨거운 함성과 함께 일어난 관객들은 스탠딩석이 따로 없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연 내내 좀처럼 앉지 않았다.
역시 '마니아'다운 관객들이었다. 서태지가 무대에 등장하기 전부터 "서열 1위 서태지"라고 목소리를 모았던 팬들은 공연 내내 하나가 된 듯 호응하고, 박수치고, 열광했다.

포문은 9집 정규 앨범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 수록곡 '숲 속의 파이터'로 열었다. 이 무대에는 앞서 서태지가 직접 예고했던 '우주최강깜찍이 게스트' 가수 아이유가 등장해 깜찍한 율동으로 호응을 이끌었다. 서태지는 이어 이번 앨범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까지 소화한 뒤에야 첫 인사를 전했다.
서태지는 "마지막 공연 믿기지 않는다. 평생 기억에 남도록 놀아보자"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국투어 굉장히 많은 추억이 있었다. 전국 투어에는 특별한 것이 있었다. 직접 곡 리스트를 선곡해줬다는 것. 덕분에 10년 만에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곡들도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어 서태지는 '줄리엣', '왓치 아웃', '버뮤다', '내 모든 것', '잃어버린' 등으로 화끈한 무대를 선사했다. 최고의 세션으로 구성된 서태지 밴드의 수준 높은 반주가 듣는 즐거움을 더했다.
'필승' 무대까지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이끌어낸 서태지는 '마지막 축제'와 '아이들의 눈으로'를 통해서는 한 편의 뮤지컬 같은 연출로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동화를 연상케 하는 이번 앨범에 걸맞은 콘셉트였다.
마지막 공연이라는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서태지는 이날 유독 공연 중간중간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했다. 그는 "이번 활동을 통해서 대중 적인 모습을 보여드렸다. 여러분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소격동'을 부르기에 앞서 서태지는 서태지밴드의 세션들을 소개하면서 음악적인 설명을 덧붙여 연주에 더욱 귀기울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서태지는 이번 앙코르 콘서트에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의미를 담기 위해 특히 공을 들였다. 먼저 이번 공연에는 서태지의 음악 커리어를 확인할 수 있는 30여 곡의 세트리스트가 마련한 것.
이어 'Moai', '죽음의 늪', '제킬박사와 하이드', '내 맘이야', '비록' '성탄절의 기적', '레플리카'까지 선보이며 공연을 알차게 채웠다. 공연의 말미에는 삼일절을 기리며 서태지와 팬들이 다 함께 태극기를 흔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서태지가 무대 뒤로 퇴장하자, 객석에서는 '난 알아요' 노래가 흘러나왔다. 팬들은 한 목소리로 '오 그대여 가지마세요'라는 가사의 이곡을 불러 서태지를 다시 무대로 불렀다. 다시 무대에 오른 그는 '팬들과 헤어지기 아쉬운듯, '비록', '성탄절의 기억', '레플리카', '테이크3', '울트라맨이야', '테이크5'까지 6곡을 연이어 불렀다.
한편 서태지는 지난해 10월 18일 새 앨범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으로 컴백했으며, 지난달 7일 부산을 마지막으로 전국투어 콘서트를 마쳤다.
joonamana@osen.co.kr
서태지 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