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원의 역할은 뭘까. 왜 갑자기 깨어나서 한지혜와 하석진의 사이를 훼방하는 걸까. 고주원이 다시 '전설의 마녀'에 등장했을 때 의아했던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한지혜와 하석진 사이에 삼각구도을 형성하기 위해서만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역시 짐작대로였다.
1일 방송된 MBC '전설의 마녀'에서는 우석(하석진)이 마회장(박근형)의 음모로 검찰 조사를 받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이중 장부를 만들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 그 죄목. 도현(고주원)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마회장을 찾아가지만, 마회장은 거짓말만 둘러댈 뿐이다. 도현은 이후 앵란(전인화)을 찾아가 마회장의 그간 악행을 다 듣게 된다. 그 충격으로 도현은 두통이 시작되고, 점점 그 두통이 심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수인(한지혜)은 도현을 찾아가 우석을 구해달라고 애원하고, 도현은 수인의 우석에 대한 진심을 확인한다. 이후 도현은 수인에 대해 품었던 욕심을 거두고, 우석을 대신해 자신이 죄를 뒤집어쓰고 검찰조사를 받았다. 조사 도중 도현은 극심한 두통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마회장 집안 사람들 중 가장 곧아보였던 도현은 식물인간에서 깨어나자 마자 수인에 대한 집착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저럴거면 왜 깨어났나라는 비난까지 들어야했다. 하지만 이날 도현은 자신이 왜 깨어나야 했는지 보여줬다. 아버지의 죄값을 치르기 위해 도현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전설의 마녀'는 분명 해피엔딩일거다. 하지만 그건 수인의 복수가 성공해야 하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마회장이 자신의 죄를 속죄하고, 수인과 화해를 하는 해피엔딩이 될 것이다. 이런 엔딩을 확신할 수 있는 건 이날 도현이 보여준 행동때문이다. 도현은 수인에 대한 짐착을 버리고, 아버지가 저지른 일을 바로잡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은 철옹성같은 마회장의 마음마저 움직이는 도화선이 됐다.
도현의 희생으로 마회장네 사람들이 바뀐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지만, 한편으로 도현이 다시 식물인간이 된다거나 생명을 잃게 된다면 그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너무 가혹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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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마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