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실에는 김용희 감독이 있었다. 투수코치로는 김상진 코치와 김원형 코치, 타격코치로 김경기 코치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SK의 2015년 전지훈련 풍경이 아니다. 2012년 2월의 속초, SK의 퓨처스팀(2군) 전지훈련 풍경이 그랬다.
유독 추운 날씨였다. 1군 선수들이 따뜻한 해외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던 시점이라 체감적인 추위는 더했다. 그 때 이야기를 나누던 김용희 감독은 주목할 만한 선수를 묻자 투수 쪽에서 ‘서진용’의 이름을 이야기했다. 어렵게 찾은 그는 종합운동장의 트랙을 묵묵히 뛰고 있었다. 까까머리에 호리호리한 몸매, 그리고 아직은 프로무대와 인터뷰가 낯선 듯 긴장된 표정. 2012년 2월 속초의 서진용에 대한 첫 인상은 그랬다.
시간이 흘러, 2015년 전지훈련에서는 그 때 감독은 1군 감독이 됐다. 2군 선수들을 독려하던 코치들도 1군의 명함을 달았다. 그리고 ‘서진용’도 1군에 올라왔다. 그 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잘 생긴 얼굴은 그대로지만 머리카락은 좀 더 자랐고 좀 더 이상적인 몸매의 투수가 됐다. 가장 달라진 것은 어깨에 대한 기대치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서진용은 플로리다와 오키나와 캠프를 거치며 SK 뿐만 아니라 리그가 주목하는 유망주가 됐다.

2012년 시즌을 끝으로 상무에 입대한 서진용은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팀 관계자들을 미소 짓게 했다. 지난해 상무에서 39경기에 나가 4승2패2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했다. 성장세는 단순한 기록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제구가 안정되자 최고 155㎞에 이르는 불같은 강속구는 그 위력이 배가됐다. 가고시마 마무리훈련, 그리고 겨울 전지훈련에서 전략적으로 키우는 유망주 중 하나로 포함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속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 서진용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보크 여지가 있는 투구폼에 손을 봤고 체중도 10㎏ 정도 불렸다. 제구력도, 스피드도 속초의 기억에 비하면 좀 더 좋아진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그냥 된 것은 아니었다. 서진용은 “제구가 안 돼서 3달 정도는 경기에 못 나갔다. 시즌 중반까지 계속 공만 던졌다”라면서 “이팀 저팀, 잘 던지는 선수들의 영상을 많이 봤다. 그랬더니 어느 날부터 힘을 빼고 앞에서 공을 때리는 폼이 잡히기 시작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캠프 전 중점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한 커터성 신구종도 서서히 손에 익고 있다. 공이 너무 빨라 커브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자체 평가를 내린 서진용의 새 도전이다. 최근에는 실전에서 자신감 있게 쓸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 캠프 성적도 좋다. 4경기에서 4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요미우리전에서 3점 홈런을 맞은 것 빼고는 실점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니혼햄전에서는 불같은 직구를 던지며 일본 타자들을 얼어붙게 하기도 했다.
이처럼 서진용에 대한 기대치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SK 불펜에서 일익을 담당할 선수라는 칭찬이 자자하다. 하지만 아직은 1군에서 검증되지 않은 유망주일 뿐이다. 서진용도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최근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부쩍 늘어난 것을 실감한다는 서진용은 “캠프 때 잘 던지고 못 던지고 하는 것은 확실히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시범경기 때부터가 진짜다”라고 의지를 다진다.
서진용은 “난 아직 1군에서 던진 경험이 없다. 아마도 내가 던지는 것을 못 본 사람, 그리고 주위에서 들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면서 “큰 욕심은 없지만 많이 좋아졌다. 실수도 많이 했는데 연습하면서 투구와 수비 모두 적응이 되고 있다. 계속 던지다보니 긴장감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서진용에 대해 들은 사람보다 직접 보며 머릿속에 인식된 사람이 더 많아질 때, SK의 마운드도 세대교체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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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