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스토리]샌디 쿠팩스, 기억이 아닌 곁에 있는 전설
OSEN 박승현 기자
발행 2015.03.02 06: 29

[OSEN=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 박승현 특파원]애리조나 글렌데일 카멜백렌치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LA 다저스 선수들이 클럽하우스가 있는 건물에서 몇 군데 흩어져 있는 필드로 나가기 위해 사용하는 이동로가 있다.
다른 곳으로 출입도 가능하지만 거의 모든 선수들이 이 곳을 이용한다. 당연히 스프링캠프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드는 팬들도 이 이동로를 따라  죽 늘어서서 선수와 인사를 주고 받거나 사인을 받는다.
현지 시각으로 일요일인 2일(이하 한국시간) 클럽하우스에서 필드로 나가는 이동로 초입에 아침부터 줄이 만들어졌다. 선수들의 훈련이 막바지에 이르러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는 시간에도 여전히 줄은 몇 십 M를 이루고 있었다.

누구를 기다리는 줄이었을까. 필드 쪽에서 은발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한 누군가가 이 통로를 따라 걸어오자 줄을 이루고 있던 팬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있었다. 줄을 정리해 주던 경비 아저씨의 “이제부터 사인 해 주실 겁니다”라는 말이 있었고 술렁임의 주인공이 줄 맨 앞에 멈추어 섰다.
비록 허리께 까지 오는 펜스를 사이에 둔 만남이었지만 기꺼이 줄을 서 기다렸던 팬들은 저마다 사인을 받아갔다. 볼을 들고 있던 팬들도 있었지만 커다란 사진을 갖고 온 팬들도 많았다. 사진 속에서 힘차게 볼을 뿌리고 있는 투수는 다저스 유니폼에 등번호 #32를 달고 있었다. 샌디 쿠팩스다.
이젠 팬이 내미는 젊은 날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어느 곳에 사인을 해줘야 좋을지 잠시 망설이던 다저스의 전설은 때때로 가벼운 미소를 머금기도 했다. 이날 그가 사인하는 동안 팬들은 사랑과 감사함이 넘치는 인사 말들을 건넸다.
2013년 1월 다저스의 구단주 그룹이 바뀐 뒤 다저스 이사회 의장 특별고문에 위촉 된 쿠팩스가  애리조나 글렌데일 카멜백렌치 다저스 스프링캠프에서 여전한 팬들의 사랑을 확인하고 있다. 특별고문 위촉 이후 3년째 찾는 스프링 캠프지만 불세출의 명투수에 대해 다저스 팬들은 여전한 사랑과 존경을 보내고 있다. 2일에도 이미 훈련을 마치기 전 중간에 한 차례 줄 서 있던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음에도 훈련 마칠 무렵 다시 줄이 길어졌다.
물론 쿠팩스 고문은 팬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 짓지 않는다. 투수들이 볼을 던질 때 마다 곁에서 직접 지켜보면서 때로는 기꺼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2일에도 불펜에서 새로 다저스에 영입 된 서지오 산토스의 투구 모습을 지켜 본 뒤 직접 시범까지 보여가면서 피칭 동작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전날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자신의 이번 스프링캠프 첫 번째 라이브 배팅 투구를 수행할 때도 배팅 케이지 뒤에서 투구 모습을 체크했다. 때때로 릭 허니컷 투수 코치와도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도 보인다.
쿠팩스는 그 이름 만으로도 이미 전설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전설이 아니라 아직도 같은 유니폼을 입은 후배들과 호흡하고 팬들과 직접 만나는 전설이다. 류현진이 “늘 찾아주신다. 뵙는 것 만으로도 좋다”고 말했듯이 카멜백 렌치 곳곳에서 쿠팩스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다. 
LA 다저스 샌디 쿠팩스 이사회의장 특별고문이 2일(한국시간)애리조나 글렌데일 카멜백렌치에서 자신의 현역시절 사진을 들고 온 팬에게 사인해주고 있다. /글렌데일(애리조나),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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