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핫스팟] ‘살인의뢰’, 추격자 뛰어넘는 연쇄살인 스릴러 나올까
OSEN 김사라 기자
발행 2015.03.03 07: 55

극악무도한 연쇄살인 사건. 범인을 잡고자 고군분투하는 형사들, 그리고 슬픔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유가족들. ‘살인의뢰’는 사건이 모두 종료된 후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를 담아 신선한 스릴을 만들어냈다.
영화는 살인범 조강천(박성웅 분)의 마지막 살인으로 시작된다. 야산에 시체를 유기한 후 이동하던 조강천은 뺑소니 사고 용의자로 잡혀 검거된다. ‘촉’으로 연쇄살인범을 잡았다고 기뻐하던 것도 잠시, 형사 민태수(김상경 분)는 조강천의 마지막 희생자가 자신의 여동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남은 또 한 사람, 민태수의 매제 이승현(김성균 분).
시작이 마치 클라이맥스 같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태수와 승현은 주체하지 못할 분노와 슬픔에 휩싸이지만, 강천은 사형 선고를 받으면서도 싸늘한 미소를 짓는다. 끝까지 자신이 죽인 여성들의 시신이 어디에 묻혔는지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로 인해 사건 3년 후, 복수를 위한 ‘살인 의뢰’가 이뤄진다.

초반 설명이 길다면 길지만 매우 몰입도가 높다. 김상경, 김성균과 박성웅은 각각 피해자와 가해자로서 전혀 다른 역할,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데 이들의 묘한 삼각구도가 전개를 빠르게 이끌어 간다. 아주 구체적이고 확실한 배경 설명으로 인해 극중 본론이 되는 3년 후의 이야기가 더욱 마음 아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범죄 스릴러 장르의 긴박감과 추격, 액션 신의 짜릿함도 물론 있다. 그리고 이 장면들은 살인사건 후의 싸움이기 때문에 각 인물들의 절실함이 배어 있어 더욱 고통스럽게, 또는 절절하게 다가온다.
 
감정 따위 없는 듯한 냉혈한 살인마 강천의 캐릭터는 이전의 어떤 살인범과도 다른 느낌이다. 인간미가 안 느껴질 정도로 악하고 위협적이다. 이는 늘 여유로운 그의 성격 때문에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인데, 그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미소를 짓고 칼을 맞으면서도 벌떡벌떡 일어나 오히려 상대방을 위협한다. 살인범으로 검거되고 나서도 유가족에 고통을 주는 악 중의 악. 사건이 끝난다고 남은 이들의 삶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역이다.
그런가 하면 태수와 승현은 각각 여동생과 아내를 잃었지만, 그 괴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에 있어 다른 길을 택한다. 이들이 고통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죽은 가족의 시신을 끝까지 찾지 못했기 때문. 강천이 죽었으면 좋겠지만, 그냥 죽게 둘 수도 없는 기구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 와중에 사형수로 지내지만 사형 선고는 받지 않는 강천의 애매모호한 위치.
기자간담회에서 손용호 감독은 “범인을 잡고 나서 그 이후의 이야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사형 제도에 답을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찬반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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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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