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률(27)은 수년간 두산 베어스가 자랑하는 투수 유망주 중에서도 손에 꼽혔다. 매년 전지훈련에서 빠른 공을 연신 던지며 구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가능성을 열매로 꽃피우지는 못했다. 2012년에는 30경기에서 34⅓이닝을 책임지며 평균자책점 2.88로 활약했지만 이후에는 이만큼 많이 던졌거나 더 좋은 성적을 낸 시즌이 없었다. 지난해에는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8.10으로 부진했다. 구위는 항상 최고였지만 제구가 숙제였다.
그런 김강률이 올해야말로 다르다는 것을 실전에서 증명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소프트뱅크 호크스 2군과의 경기에서 154km 강속구를 앞세워 1이닝 2탈삼진 퍼펙트로 시동을 건 김강률은 24일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대결에서도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홀드를 기록했다. 두 차례 청백전에서는 도합 2이닝 1피안타 무실점해 2세이브를 챙겼다.

가장 강력한 마무리 후보인 윤명준은 어깨 회복 상태가 늦어 이번 전지훈련 기간 동안 실전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면서 김강률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지금과 같은 활약을 시범경기에서도 이어간다면 셋업맨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비상시에는 마무리 등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태형 감독도 김강률의 구위와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있다. 김 감독은 일본 팀과의 본격적인 실전에 들어가기 이전 “강률이는 원래 공이 돌이다. 애리조나에서 라이브 피칭 하는 것을 보면서 저런 공을 계속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20일) 소프트뱅크 2군전에서 깜짝 놀랄 공을 던지더라”고 말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구위만 본다면 두산 불펜 내에서 단연 최고다.
김 감독은 이미 김강률의 자리를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있다. “김강률은 셋업맨 후보다. 그 정도 공을 던지는 투수는 없고, 불펜에서는 경험이 많은 투수도 이재우 뿐이다. 볼 끝이 좋기 때문에 제대로 하면 1이닝은 잘 막을 수 있다”고 김 감독은 설명했다.
전지훈련을 마무리해나가는 지난달 말에 물었을 때도 화제는 단연 김강률이었다. 투수들 중 눈에 띄는 선수가 있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함덕주는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좋다. 어린 선수는 아니지만 김강률도 좋아졌다”고 한 뒤 1군 엔트리를 놓고 경쟁하는 여러 선수들에 대해서는 “4~5명 중에서 장민익과 김강률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시범경기에서 큰 부진을 보이지만 않는다면 김강률의 개막 엔트리 진입은 무난해 보인다.
오버페이스 우려까지 있을 정도로 김강률은 상태가 좋다. 이미 애리조나에서 153km를 던졌고, 미야자키에서는 154km의 강속구를 꽂았다. 지난달 24일 오릭스전에서는 퍼시픽리그 홈런왕 출신 T-오카다를 삼진으로 잡아낸 김강률이다. 초구 스트라이크 후 김강률의 150km대 빠른 공에 두 번이나 밀리며 파울을 친 오카다는 4구째 제대로 구사되지 않은 슬라이더에 헛방망이질을 했다. 포심 패스트볼 위력이 슬라이더의 부족함까지 보완한 것이다.
구위도 구위지만, 무엇보다 일본에서 4차례 등판하며 볼넷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항상 제구가 약점으로 지적됐던 김강률이기에 장점은 그대로 둔 채 약점을 보완한 인상을 준다. 김강률이 시범경기에서도 호투 행진을 이어가며 개막 엔트리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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