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는 3루, 믿음가는 타자와 불안한 타자는 누구?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3.03 13: 02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올 초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100% 득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말을 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팀 타율이 10할이 될 수는 없다. 다만 1사 3루 등 특수한 상황에 맞는 타격을 강조하기 위한 말로 풀이된다. 그만큼 3루에 주자가 있을 때 집중해서 타격을 해달라는 주문이다.
감독들은 2사 3루에서 타자들에게 반드시 타점을 내라는 주문을 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무사 3루, 1사 3루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평범한 뜬공이나 땅볼로도 득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감독은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점수를 잘내는 팀이 좋은 팀"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렇다면 주자 3루의 달인은 누구였을까. 작년 2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들 중 아웃카운트와 무관하게 3루에 주자가 있을 때 가장 잘쳤던 타자는 지석훈(NC)이었다. 지석훈은 19타수 11안타 타율 5할7푼9리에 2루타 5개, 홈런 2개로 19타점을 올렸다. 지석훈의 시즌 타율은 2할7푼4리, 타점은 34점이었다. 놀라운 득점력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3루 타율이 가장 높은 건 박민우(NC)였다. 46타석 27타수 13안타 타율 4할6푼9리 2루타 3개 3루타 2개로 23타점을 올렸다. 흥미로운 건 볼넷이 11개, 몸에 맞는 공이 4개였다. 3루 상황에서 출루율은 무려 6할9리. 찬스에서 서두르지 않고 기회를 이어가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줬다.
3루 타점 1위는 테임즈(NC)였다. 테임즈는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62타수 21안타 타율 3할3푼9리 5홈런으로 무려 52타점을 퍼담았다. 이 부문 2위는 이종욱(NC)으로 51타점. NC가 작년 창단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상황에 맞는 타격을 그만큼 잘했다는 의미다.
주자를 3루에 놓고 타점을 올리는 건 안타 뿐만 아니라 번트, 희생플라이로도 가능하다. 작년 희생플라이 1위는 이종욱(NC)으로 13개였고 2위는 피에(한화)로 12개를 기록했다. 주자 3루에서 가장 많은 볼넷을 얻어낸 선수는 최준석과 손아섭(이상 롯데)으로 각각 16개씩 골라냈다.
이들은 모두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강해지는 남자들이었다. 반대로 주자가 3루에만 나가면 경기가 안 풀리는 선수들도 있다. 장성우(롯데)는 20타석 1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다만 희생플라이 2개와 땅볼, 볼넷 등으로 4타점을 올렸다. 허경민(두산)의 주자 3루 타율도 19타수 1안타 타율 5푼3리 6타점으로 저조하다. 김민우(KIA)는 21타석 16타수 1안타 타율 6푼3리에 3타점으로 20타석 이상 선수 중 최저타점을 기록했다.
타점을 올리지 못하는 것도 아쉽지만, 주자를 3루에 놓고 병살을 치면 그 허무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송광민(한화)은 주자 3루에서 타율 2할4푼5리(53타수 13안타) 3홈런 28타점으로 시즌 성적과 비교하면 조금 떨어졌지만, 6개의 병살타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만루가 2번, 1·3루가 4번이었다.
물론 한 시즌 성적만 놓고 말하기에는 표본이 너무 적다. 커리어 전체를 놓고 본다면 '찬스에 강한 타자'라는 건 실제로 없다는 통계 자료도 있다. 작년까지 주자가 3루에 있으면 불안했던 타자가 올해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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