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예원은 자칭타칭 ‘리액션 머신’이었다. 어떤 질문을 해도 조금의 생각도 하지 않고 1초 만에 방송용 멘트를 내뱉는가 하면 예능 리액션의 모범답안을 선보이는 등 ‘로봇연기의 달인’ 장수원에 대적할 만한 영혼 없는 ‘로봇 리액션의 달인’이었다.
지난 2일 방송된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예원과 걸그룹 씨스타의 소유가 출연해 셰프들이 이들의 냉장고 속 재료로 요리하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이날 예원은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지기도 전에 로봇 리액션으로 셰프들과 MC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정형돈은 예원에게 가장 친한 아이돌 친구를 묻자 씨스타의 보라라고 답했다. 이에 정형돈은 “오늘은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아 있고?”라고 짓궂은 질문을 했다. 그러나 예원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아니다. 굉장히 편하다”고 답했다.

정형돈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얼마나 편하냐”고 묻자 예원은 자신도 말하기 민망했는지 “소유 씨는 사적으로 만난 적이 없어서 그렇지 굉장히 가족 같다”며 웃었다. 예원의 방송용 멘트에 MC들은 “거짓말 하지 마라”, “완전 로봇이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정형돈이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리액션은?”이라는 질문에 예원은 먹방 아이돌답게 전문적으로 반응을 설명했다. 예원은 “맛을 보기도 전에 감탄사가 나오고 표정이 미리 나와야 풍부해 보인다”며 곧바로 음식이 나왔을 때의 리액션을 취해 웃음을 자아냈다. 주문만 하면 바로바로 반응을 보이는 자판기 같았다.
예원은 맛없는 음식을 먹을 때의 리액션으로 “속으로는 ‘어!’ 하지만 ‘음~’”이라며 과정된 표정연기를 선보였다. 이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리액션은 “‘우와~’라고 오히려 차분하게 반응한다”고 말해 감탄을 자아냈다.
이후에도 예원의 영혼 없는 리액션과 방송용 멘트는 계속됐다. 예원의 리액션은 예능프로그램에 가장 최적화된 것으로 예상할 수 있어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능청스러운 반응으로 묘하게 웃음을 이끌어내는 매력 있는 리액션이었다.
냉장고 공개에 앞서 정형돈이 혼자 사는지 물었고 예원은 “그렇다”며 “부모님이 자주 왔다 갔다 한다”고 밝혔다. MC들이 평범한 질문을 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정형돈은 “엄마 오기 전까지 남자친구는 뭐하고 있냐”고 묻자 예원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능청스럽게 “남자친구 없다”고 답했다.
김성주도 짓궂은 질문에 가세했다. 자취생활 6년차인 예원에게 “그 사이에 남자친구가 없었냐”고 묻자 예원은 망설임 없이 “없었다”고 했고 김성주다 다시 “한 번도?”라는 반응에 “으음~”이라고 반응, 결국 MC들의 질문에 걸려들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예원은 제작진을 향해 편집을 해달라고 애타게 요청해 웃음을 자아냈다.
냉장고 공개가 시작되고 자신의 사생활이 그대로 담겨있는 냉장고 속 내용물에 MC들이 미니어처 술을 가지고 또 짓궂은 질문을 하자 예원은 “내가 미니어처를 정말 좋아해서 귀여워서 놔뒀을 수도 있다”고 정확하지 않은 답변을 했고 정형돈은 기가 막힌 듯 예원을 빤히 바라봤다.
셰프들의 음식을 먹으면서 마치 계산된 듯한 반응으로 계속해서 웃음을 선사한 예원. 눈에 훤히 보이는 반응들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로봇 리액션의 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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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냉장고를 부탁해’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