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풍문' 이준-고아성, 정말 멋지지 않은 키스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5.03.03 10: 58

지상파 미니시리즈에 이렇게 노골적인 키스신이 등장하다니 놀라운 일이다. 일반적인 지상파 드라마의 틀을 벗어난 SBS 주말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극적으로 재회한 한인상(이준 분), 서봄(고아성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아이를 출산한 후 최상류층인 인상의 부모 한정호(유준상 분), 최연희(유호정 분)에 의해 강제로 떨어지게 된 두 사람은 스파이 영화를 방불케하는 작전 끝에 서로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곤 이들이 나눈 것은 깊은 키스였다. 참을 수 없다는 듯 달려드는 인상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시청자들이 봐온 달콤하거나 강렬한 키스가 아니었다. 마음이 앞서나간 인상은 봄을 잡아먹을 듯 입술을 들이댔다. 결코 예쁘지 않았다. 10대들의 출산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그려나가는 만큼, 키스신 또한 파격적이었다. 한마디로 너무나 노골적이었다.

노골적이라고 해서 그저 선정성만을 바란 연출은 아니었다. 다만,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이해 가능한 리얼함이기도 했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이처럼 키스신 하나조차 평범치 못하다. 지상파 미니시리즈에서 사실적이어서 노골적이며,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는 키스를 내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케미를 강조하고, 달달한 장면들을 끼워넣고, 어떻게 하면 '시청률 큰손'인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 연구하는 보통 드라마와는 다르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그저 제 갈길을 가겠다는 인상을 준다. 시청자들이 반길 만한 쉽고 재밌는 이야기로 드라마를 한정하지 않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블랙코미디를 지향하는 만큼, 매 장면이 뒷맛을 남긴다. 이날 키스신 또한 이들의 뚝심있는 '마이웨이'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주인공이 아닌 주변 인물들의 비중이 크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 드라마는 인상, 봄, 정호, 연희 말고도 주변 인물들을 꽤 비중있게 그리고 있다. 예를 들면, 인상의 사정을 봐주는 박집사와 인상을 공부시키려 가둔 선생의 대화를 자세하게 등장시키는 식이다. 그들은 갑과 을에 대해 이야기하고, 최상류층을 상대하며 어떻게 살아남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들의 대사 한 마디, 장면 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는 것. 물론 이해는 어렵고, 시청자들은 이들의 대화를 한번 더 곱씹어봐야한다. 그러나 누구도 이 불친절한 드라마를 비판하지 않는다. 이들의 '마이웨이'를 비판하기엔 드라마의 퀄리티는 기대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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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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