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가 봄 개편을 맞아 새 판짜기를 시도하고 있다. 단순히 새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를 재배치되는 기존 방식을 뛰어넘어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 등 신규 채널들에 빼앗기고 있는 시청자들을 되찾기 위해 전략적인 변화를 모색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지상파의 변화 조짐이라며 반기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무조건적인 '지르기'가 무리수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가장 도드라진 변화를 보이고 있는 방송사는 SBS다. SBS는 그간 타 방송사에 밀려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던 주말드라마를 과감하게 폐지하고 그 시간에 예능 프로그램을 배치했다.
3일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SBS는 이날 ‘아빠를 부탁해’를 토요일 오후 9시대로 편성을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금요일 오후 11시대에 방송되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일요일 오후 9시대로 이동한다.

앞서 SBS는 현재 방송 중인 ‘떴다 패밀리’를 끝으로 주말 오후 9시대에 드라마를 편성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예능프로그램을 집어넣기로 결정을 내린 상태. ‘아빠를 부탁해’는 당초 토요일 오후 6시대인 ‘스타킹’ 자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았지만 토요일 오후 9시대 편성이 잠정적으로 정해졌다.
이에 대해 SBS는 "그동안 이른바 '막장 드라마 시간대'로 전락해버린 주말 밤 9시를 건강하고 유쾌한 가족 프로그램 시간대로 전환하는 개편을 시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KBS 역시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예능국에서 드라마를 제작하기로 결정한 것. 금토드라마로 편성 가능성이 높은 KBS 2TV 새 드라마 ‘프로듀사’는 차태현이 출연을 확정하고 김수현, 공효진, 아이유가 주연으로 유력하게 물망에 오르며 시작도 전에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만일 ‘프로듀사’가 금토드라마 편성이 확정될 경우, ‘프로듀사’는 KBS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금토드라마라는 점에서 파격 편성이 될 전망이다. KBS는 지난해 들어 금요일 예능프로그램 대신 ‘하이스쿨 러브온’,‘스파이’ 등을 편성해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금요일 심야 시간대의 경우, 타 방송사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시간대. 같은 형식으로 경쟁을 하기보다, 프로그램 각각의 차별화를 통해 공존을 꾀하려는 지상파 3사의 전략 변화를 읽을 수 있다.
MBC의 경우, 설 특집 파일럿프로그램 두 개가 정규 편성 확정되며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복면가왕'과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파일럿 프로그램 중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으며 최근 정규 프로그램으로 확정됐다. 시간대나 요일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 두 프로그램의 편성이 확정되면 기존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시간대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
현재 지상파 3사 예능프로그램은 오랫동안 장수해왔던 주말 예능프로그램 몇 개를 제외하면 10%대 이하의 시청률 성적으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확실히 케이블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에서 쏟아내는 새 프로그램들에 비해 지상파 프로그램들은 힘이 많이 빠져있는 게 사실. 더불어 일부 지상파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로부터 케이블채널을 따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굴욕을 당하기도 한다. ‘프로듀사’ 역시 예능PD와 작가들이 드라마를 만들었던 ‘응답하라’ 시리즈와 시작점이 같다는 점에서 이 같은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
과연 변화를 꾀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국들은 잃어버린 시청률과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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