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가 시민 구단 최초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첫 승을 따내며 험난할 뻔 했던 여정을 수월하게 만들었다.
성남은 3일 오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ACL 조별리그 F조 2차전서 전반 히카르두의 페널티킥 선제골과 후반 황의조의 추가골을 묶어 감바 오사카(일본)를 2-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성남은 시도민구단 최초로 ACL에서 첫승을 거두는 기쁨을 누렸다. 아울러 지난달 24일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 조별리그 1차전서 당했던 1-2 패배의 아쉬움도 깨끗이 씻었다.

성남은 지난해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ACL 티켓을 얻었다. 시민 구단으로 재탄생한 성남은 지난 2010년 이후 통산 3번째 아시아 정상의 자리를 노렸다. 태국 원정에서의 출발은 어둡기만 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너무 안 좋았다. 부리람에 전반 17분과 19분 연달아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시종일관 고전을 면치 못하다 후반 막판 상대 자책골로 1골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창끝은 무뎠고, 방패는 허술했다.
그럴 만도 했다. 성남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제파로프, 김태환(이상 울산), 박진포(상주) 등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수원의 '중원 사령관' 김두현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남준재, 박태민 등이 가세했지만 ACL에 나서기엔 부족한 스쿼드였다. 첫 상대였던 부리람에 내용과 결과에 모두 패하며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2차전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감바는 지난 시즌 일본 J리그에서 트레블을 달성하며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일본 대표팀의 중원사령관 엔도 야스히토와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오재석,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과 호펜하임서 뛰었던 공격수 우사미 타카시 등이 버틴 팀이었다. 특출난 스타 플레이어가 없음에도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으로 일본 무대를 뒤흔들었다.

이날 성남은 감바를 상대로 철저히 실리주의를 택했다.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는 감바를 상대로 볼점유를 내주는 대신 날카로운 역습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7분 황의조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히카르두가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앞서갔다. 후반 들어서도 라인을 올린 감바의 뒷공간을 수 차례 파고들어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황의조는 후반 22분 환상적인 오른발 추가골을 터뜨리며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부리람에 2골을 내주며 무너졌던 수비 벽도 탄탄해졌다. 이날 성남은 부리람전과 비교해 곽해성과 장석원을 빼고 김태윤과 윤영선을 새롭게 투입하며 수비에 변화를 꾀했다. 시종일관 철벽 수비를 뽐냈다. 박태민 임채민 등이 가세한 포백 라인은 감바의 공격수들을 꽁꽁 묶었다.
확 달라진 성남이 장밋빛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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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