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성남FC가 일본 J리그 강호 감바 오사카를 제압하고 장밋빛 미래를 밝혔다.
성남은 지난 3일 오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F조 2차전서 전반 히카르두의 페널티킥 선제골과 후반 황의조의 추가골을 묶어 감바 오사카를 2-0으로 완파했다.
이날 승리로 성남은 시도민구단 최초로 ACL 첫승을 거두는 기쁨을 누렸다. 아울러 지난달 24일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 조별리그 1차전서 당했던 1-2 패배의 아쉬움도 깨끗이 씻어냈다.

다음이 더 기대되는 성남이다. 김학범 감독 휘하 성남의 아이들이 180도 변모했다. 부리람전서는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하지만 감바를 상대로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으며 미래를 기대케 했다.
감바는 지난 시즌 일본에서 트레블의 위업을 달성한 팀이다.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던 이유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성남의 창과 방패가 더 날카롭고 견고했다.
'미완의 대기'였던 공격수 황의조는 올 시즌 대활약을 예고했다. 전반 7분 만에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선제골을 이끌더니 살얼음 리드를 이어가던 후반 22분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쐐기골까지 뽑아냈다.
김학범 감독은 "이번에 몸이 괜찮아 선발로 투입했는데 페널티킥도 만들고 득점도 하는 등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고 칭찬하며 "지난 시즌엔 체력과 피지컬에 많은 문제가 있었는데 겨울 훈련을 통해 많이 좋아졌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에서 친정팀에 복귀한 '캡틴' 김두현의 존재감도 반갑다. 부리람전서 부진했던 김두현은 이날 보다 공격적인 위치에서 성남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황의조, 히카르두와 함께 앞선을 책임졌다. 후반 초반엔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크로스바를 때리기도 했다.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김두현의 성실함과 겸손함을 많이 배우고 있다.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며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잘해낼 것이라 믿는다"며 두둑한 신뢰를 보냈다.
핵심 공격수 김동섭의 득점포까지 터진다면 금상첨화다. 김 감독은 "체력적으로 많이 올라왔다. 공격수는 로테이션이 필요하다. 지난해보다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적생들의 적응도 순조롭다.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옷을 갈아입은 좌측면 수비수 박태민은 2경기 연속 활약하며 주전 자리를 예약했다. 측면 공격수 남준재도 이날 교체 출격하며 김학범 감독의 눈도장을 찍으려 애썼다.
가장 큰 소득은 '일본 챔프' 감바를 잡고 얻은 자신감이다. 김 감독은 "부리람전과 비교해 일주일 만에 경기력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펼치라'고 주문한 것이 통했다"고 설명했다.
원정에서의 시즌 첫 출발은 쓰라린 패배였다. 홈 개막전서 기분 좋은 완승을 거두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제 남은 것은 지금의 상승세와 자신감을 이어가는 것이다. 성남은 오는 7일 '디펜딩 챔프' 전북 현대 원정길에 올라 K리그 클래식 개막전을 벌인다. 14일엔 안방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상대한 뒤 17일 광저우 푸리(중국) 원정서 ACL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김 감독은 "경기는 많다. 부담될 수도 있고 벅찬 일정이다. 선수들에게 '길게 보지 말고 1경기 1경기 치른다는 생각으로 하자'고 강조했다"면서 "지금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학범 감독과 그의 아이들이 그려내는 시민 구단 성남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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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